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지낸 인요한 연세대 교수는 지난 25일 본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 대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잘하고 있지만, 정치에 지친 국민들이 전라도 말로 ‘정치가 진짜 변하는가 봐야 쓰겄다’며 지켜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혁신위 기간 ‘윤심(尹心)’ 논란에 대해 “(혁신위 종료 후 열린) 오찬 때 대통령께서 ‘혁신위 주장은 다 맞다. 다만 당이 쉽게 변하려 하지 않으니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며 “활동 중엔 소통이 없었다”고 했다.
-지난달 7일 혁신위를 마치고 공개 활동을 중단했다.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아버지 어머니 산소가 있는 (전남) 순천에 피해 있었다. 기자가 따라붙고 사람들이 알아봐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도 못 갔다.”
-당 지도부와 갈등이 있었다.
“혁신위가 절차를 안 밟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회의 결과 발표 전에 결정 내용을 보고하라는 것이다. 그게 평양이지 민주주의인가. 내가 외국인이고 좀 어리숙하니 시간 끌기용으로 편하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당이 이대론 안 된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근데 (국회의원) 배지가 당보다 중요하고, 나라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이건 여야와 관계없이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혁신위의 지도부, 중진 ‘희생’ 요구에도 장제원 의원만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을 만난 적은 없지만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지금도 누굴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가 조금 일찍 움직였다면 지금과 달랐을 것 같다. 혁신위 때 ‘희망의 불씨를 봤다’는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은 지금도 엄청 어렵다고 한다. 더 변해야 한다.”
-혁신위 종료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했다.
“대통령께서 ‘고생하셨다. 혁신위 주장은 다 맞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인 교수, 당이란 게 쉽게 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정치는 못 하겠습니다. 이걸로 제 임무는 끝났습니다’라고 했더니 ‘우선 좀 쉬라’고 하시더라.”
-언론 인터뷰에서 ‘소신껏 끝까지 해달라’는 신호가 왔다고 이야기해 윤심 논란이 있었다.
“혁신위 첫날 당 지도부에 ‘대통령과 만나야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는데, 용산에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 이 신호를 ‘소신껏 해라’로 알아듣기로 했다. 내가 (중진 등) 희생을 언급하며 ‘다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 근데 확신은 없었고 똥배짱 부린 거다.”
-여당 지지율이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한동훈 위원장이 잘하고 있지만 국민은 진짜 변하는지 확인하려 한다. 공천을 보고 국민들이 ‘이 사람들 진지하구나’라고 느낀다면 여론도 바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니까 여의도의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거다.”
-한동훈 위원장의 한 달은 어떻게 평가하나.
“머리가 좋고 언어 선택이 굉장히 신중한 것 같다. 혁신위 활동 경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들어주시더라. 내가 광주 항쟁 때 통역했다는 이야기를 하니 ‘인 선생님과 제가 민주당보다 훨씬 진보적’이라고 해서 둘이 함께 웃었다.”
-조언을 한다면.
“절대 낙심하지 마시라.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회의감이 들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여유를 잃고 부부 싸움도 하더라. 내 이야기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이 논란이다.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 위치에서 가방에 욕심이 있겠나. 이 문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자꾸 사과하라는데 과거 (김 여사와 관련된) 거짓을 퍼뜨린 사람은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총선에 출마하나.
“지금도 많은 분에게 연락은 온다. 한번은 택시 기사가 알아보고 ‘택시비 안 받을 테니 출마하라’고 하더라. 택시비 던져 놓고 내렸다. 국가가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설 마음은 있지만, 혁신위를 하면서 보니 지역구 출마 마음도 꺾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