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월 총선 전략으로 ‘운동권 특권 정치 심판’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29일 주요 지역구에서는 이러한 당의 기조에 따라 출마 선언이 잇따랐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임종석과 윤희숙 중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으냐”며 “자기 손으로 땀 흘려 돈 벌어본 적 없고 오직 운동권 경력 하나로 수십 년간 기득권을 차지하면서 정치 무대를 장악해 온 사람들이 민생 경제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서울 중·성동갑에 각각 출마 선언을 한 전대협 의장 출신 더불어민주당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KDI(한국개발연구원) 출신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을 대비시켜 운동권 청산 구도를 강조한 것이다.
태영호(서울 강남갑) 국민의힘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586 운동권 정치인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서울 구로을 출마 선언을 했다. 구로을 현역은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다.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 의원은 문 정부 대북 정책의 핵심으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당시 직접 북측과 접촉한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당 관계자는 “문 정부 대북 정책의 상징적 인물과 탈북자 출신 태 의원이 맞붙는 구도”라고 했다.
의사 출신 박은식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정율성 역사공원을 반드시 막겠다”며 광주 동남을 출마 의사를 재확인했다. 정율성 역사공원은 작년 강기정 광주시장이 6·25 때 중공군가와 북한군가를 작곡하며 남침에 앞장선 정율성을 기리는 공원을 광주 동구에 조성하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됐다. 강 시장은 전남대 삼민투 위원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박 비대위원은 “시민연대가 정율성 역사공원 반대를 외치지만 강 시장은 못 들은 체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KDI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이 “경제통이 해답”이라며 출마 선언을 했던 서울 중·성동을에는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실물 경제 해결사”를 자처하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중·성동을에는 3선을 했던 부산 해운대갑 출마를 포기하고 서울 종로 출마 선언을 했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출마 지역구를 변경해 나올 예정이다. 하 의원은 운동권에서 전향한 케이스다. 중·성동을 현역은 박성준 민주당 의원으로 운동권은 아니지만 국민의힘은 중·성동갑·을 지역을 ‘한강벨트 반(反)운동권 지역구’로 묶어 상승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반면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운동권 출신 중엔) 이미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은 분이 많다”며 “역량이 떨어지면 그런 자리에 올라갔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에도 운동권 출신 후보자가 꽤 있는데 그분들은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날 총선 후보 공모를 시작하면서 ‘친윤’ 이용(비례대표) 의원이 경기 하남 출마 선언을 하는 등 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의 ‘운동권 정치 청산’을 기조로 장동혁 사무총장과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 등이 후보들과 선거 구도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약세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징성 있는 지역구 공천부터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선거 구도를 선명히 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공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한 위원장이 서울 마포을 지역구의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맞설 김경율 비대위원 출마를 직접 발표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이날은 한 위원장이 중·성동갑 후보 윤희숙 전 의원을 공식 거론하자 또다시 반발이 나왔다. 중·성동갑 예비 후보 권오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사실상 전략공천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윤 전 의원 인식이 기존 기득권 정치권 인사들 모습과 오버랩된다”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지도부가 경쟁력 있는 후보를 소개해 주는 게 왜 문제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