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당이 21대 국회 개원 이후 현재까지 국고보조금을 41억원가량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생당은 현재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이 한 명도 없다. 민생당은 그럼에도 매 분기 2억30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받고 있고, 2022년 지방선거 때는 9억원 넘는 선거보조금을 받았다. 다음 달 지급이 예상되는 보조금과 4월 총선 선거보조금까지 합하면 4년간 최대 53억원을 받게 된다. 사실상 소멸 수순에 접어든 정당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고보조금을 계속 수령하는 것을 두고 제도상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당은 21대 총선을 2개월 앞둔 2020년 2월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모여 만든 당이다. 당시 현역 의원 20명으로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이어 원내 제3교섭단체였다. 그러나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 58명이 전원 낙선하고, 정당 득표율은 2.71%로 비례 배분 기준인 3%에 미치지 못해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민생당은 그 뒤 박지원·손학규·정동영·천정배 등 주요 인사는 물론이고 실무진도 대부분 당을 나갔다. 2020년 총선 이후 2021년 재보궐선거에 후보 2명, 2022년 지방선거에 후보 1명을 낸 것을 빼면 입후보가 없었다. 민생당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의원 보좌진과 당직자들도 비전이 없어 당에 더는 남을 이유가 없으니 국민의당, 국민의힘, 민주당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며 “현재 민생당에 있는 사람들은 돈 때문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처럼 민생당이 활동을 거의 멈춘 상태에서도 선관위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것은 현행 정치자금법 조항 때문이다. 각 정당은 분기마다 경상보조금을 받아 당 운영에 쓰고, 선거 때는 별도로 선거보조금을 받는다. 작년의 경우 정당 보조금 총액은 약 476억2910만원이었다. 21대 총선 총유권자 수를 근거로 산출된 액수다. 선관위는 이 금액을 의석수와 득표율 등에 따라 나눠 각 정당에 지급했는데, 그중 9억5000여 만원이 민생당 몫이었다. 정치자금법 27조 2항에 따르면 의석이 없어도 총선에서 2% 이상 득표한 정당은 보조금 총액의 2%를 배분받는데, 민생당은 지난 총선에서 지역 및 비례 평균 2.08%를 득표해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정치 발전을 위해 쓰인다는 국고보조금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때 민생당은 후보를 단 한 명만 내고도 선거보조금 약 9억3000만원을 받았다. 현행법상 보조금 지급 대상인 정당은 후보를 한 명이라도 내면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당시 서울 중랑구 제2선거구에 나온 민생당 이기현 시의원 후보는 386표(1.01%)를 얻는 데 그쳐 “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출마”라는 말이 나왔다.
22대 총선에서 민생당 소속으로 등록한 예비후보자는 없다. 그렇지만 민생당이 오는 3월 정식 후보자 등록 때 후보를 한 명이라도 내보낸다면 9억원 안팎의 선거보조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본지에 “헌법상 정당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법적으로 국가가 정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민생당은) 특이 사례로,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관승 민생당 공동대표는 국고보조금 문제와 관련해 “법에 따라 지난 총선 득표율에 맞춰 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활동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언론 등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이라고 했다.
☞정당 국고보조금
정당 국고보조금은 정당이 이익 단체 등에 휘둘려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0년에 도입됐다. 보조금 규모는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국 중 36국에 국고보조금 제도가 있지만, 한국은 보조금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정당 운영비뿐 아니라 선거비용까지 보조해주는 나라는 한국 포함, 7국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