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법을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려고 하자, 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하여튼 천벌 받을 짓은 전부 당원 투표를 해서 하더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또다시 전 당원 투표를 동원한다는 지적이다.
유 전 사무총장은 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제 관련 질문에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미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연동형 선거제’를 지키겠다는 게 민주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현행 제도는 민주당의 의석 확보에 불리하기 때문에 전 당원 투표를 명분으로 선거제를 바꾸려 한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민주당이 불리한 선거제를 택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 전 사무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선거제는 좌고우면할 사안이 아니다”며 “(약속을 깨면)소탐대실 할 확률이 크다”고 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자꾸 전 당원 투표 운운하는데 원래 전 당원 투표로 간다는 게 제일 불길한 거다”라며 “원래 히틀러가 ‘국민만 보고 간다’고 그랬다”고 했다. 그는 “독재가 항상 하는 소리가 국민만 보고 간다는 거고, 대의제를 무시하고 당원 투표를 한다”며 “민주당이 그 못된 짓은 다 당원 투표로 했다”고 말했다.
유 전 사무총장이 언급한 ‘못된 짓’은 민주당이 과거 전 당원 투표를 실시했던 사례들을 말한다. 민주당은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비례 위성 정당을 창당할 때 전 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국민의힘 측에서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자 “민주주의 파괴”라고 비판하다가, 전 당원 투표에서 압도적 찬성 결과가 나오자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민주당은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도 ‘원인을 제공한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 때문에 후보를 내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 뒤 찬성이 높다며 후보를 냈다. 당시 당대표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달 탈당 때 “2021년 보궐선거에서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선거제 약속을) 또 뒤집으면 ‘무신불립’”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지난번 불체포특권 포기한다고 해놓고 또 부결을 호소했다. 이번에 또 뒤집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이재명 대표를 누가 믿겠나,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그렇게 대표에 대한 불신이 강하면 총선 전망도 어두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신뢰를 잃어버리면 정치 생명이 끝난다”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1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관련 전 당원 투표 실시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 전 당원 투표에 대한 반발이 있지만, 당 지도부가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투표하면 국민에게 책임 떠넘기는건가? 국민에게, 당원에게 묻는 것이 주권재민 민주주의 헌법 정신 아닌가?”라며 “중요한 정책을 당원에게 묻는 것이 나쁜가? 참 이상한 논리”라고 했다.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는 게 맞다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