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일 정치개혁특위 전체 회의를 열기로 했다가 취소한 건, 줄어들고 늘어나는 선거구에 대한 의견 차이가 극명했기 때문이다. 여야 정개특위 의원들은 “전날 밤까지 논의를 계속했지만 현재로서는 합의가 불가능하다. 회의를 열어봤자 무의미해 취소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작년 12월 5일 국회에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 초안’은 선거구별 유권자 수 변동 사항을 기준으로 선거구 6곳을 각각 줄이고 늘렸다. 서울 노원구의 기존 세 선거구는 둘로 줄었고, 부산 남구의 두 선거구는 하나로 합쳤다. 경기 부천시는 선거구가 넷이었는데 3곳이 됐다. 경기 안산시도 넷에서 셋으로 줄었다. ‘도’는 전북에서 선거구 10곳이 9곳으로 줄었다. 전남에서도 목포와 화순, 해남·완도·진도, 영암·무안·신안 등 4곳이었던 선거구가 셋으로 줄었다. 하지만 전남은 순천·광양·곡성·구례에 있는 두 선거구가 3곳으로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전남 선거구 수는 전과 같게 유지됐다.

선관위가 전남 외에 선거구를 늘린 다른 5곳은 부산과 인천, 경기 평택, 경기 하남, 경기 화성이다.

국민의힘은 대체로 선관위안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정개특위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선관위가 여야의 유불리가 아닌 인구 상·하한 기준에 미달하거나 초과한 지역 순위대로 획정안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시·도별 의석수 변화를 최소화하기로 한 여야의 종전 요구가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그러나 민주당은 “선관위가 정부·여당의 눈치를 보고 국민의힘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거구 획정안을 만들었다”며 “현재의 획정안으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가장 문제 삼는 지역은 전북이다.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인구의 도시 집중, 지방 인구 절벽은 전북만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방 소멸 위기에, 전국 지방 중 유일하게 전북만 줄인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경기 부천시의 선거구 4곳을 셋으로 줄인 데 대해서도 반발했다. 부천시는 선거구 4곳 모두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야당 초강세 지역이다. 민주당 정개특위의 한 의원은 “선거구별 유권자 수 등을 감안하면 선거구가 줄어들어야 할 우선순위는 ‘경기 안산, 경남 창원, 서울 노원, 경기 부천, 서울 강남’ 순이 돼야 한다”며 “그런데 국민의힘 강세인 경남 창원과 서울 강남만 빼고 줄였다. 누가 봐도 편파적 아닌가”라고 했다. 경기 안산과 서울 노원에선 지난 총선 때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당에서는 “부산 인구는 330만명인데 18석을 그대로 유지하고, 인천 인구는 300만인데 겨우 1석 늘려 14석으로 만드는 게 합리적인 조정이냐”는 말도 나왔다.

이런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유리한 선거구가 늘어난 건 쏙 빼놓고 불리한 것만 말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측은 “경기 부천에서 선거구가 하나 줄었지만,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인천과 경기도의 하남, 화성에서 선거구가 늘었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에 유리할 게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강세인 서울 노원에서 1석 줄였으니, 국민의힘 강세인 강남에서도 1석 줄이라는 건 억지”라고도 했다.

여야 협상은 설 연휴가 끝난 뒤에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구를 최소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작년 4월부터 위법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이날도 “지난 21대 총선, 20대 총선을 감안하면 아직 여유가 있다”고 했다. 21대 총선과 20대 총선 모두, 선거일을 한 달가량 앞둔 3월에야 선거구 획정안이 확정됐다. 설 연휴가 지난 뒤 2월 안에만 합의돼도 과거보다는 빠르니 괜찮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