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하겠습니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를 채택하되, 민주당의 오랜 당론인 ‘권역별 비례’에 ‘이중등록’을 허용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밝힌 선거제 구상은 21대 총선 당시 전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방식의 현행 선거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약 9분간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갔는데 웬만큼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암호문 같은 말들이 이어졌다.
‘병립형 비례’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투표해 뽑는 과거 방식이다. 반면 현행 ‘준연동제’는 지역구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원 수가 달라진다. 소수 정당 우대 명분으로 지역구 의원이 많을수록 비례대표가 줄어드는 방식이다. ‘권역별 비례’란 비례를 영남권, 호남권 등으로 나눠서 뽑는 것을 말한다. ‘이중등록’이란 비례와 지역구에 모두 출마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 대표가 자신의 ‘위성정당’ 회귀의 정당성을 설명하려, 온갖 복잡한 선거제를 모두 섞어 언급하다 보니, 외계어 수준의 발언이 이어진 것이다.
어찌 됐든 민주당은 이번에도 위성정당을 만들게 됐다. 그러나 이 대표는 국민적 거부감이 큰 ‘위성정당’이란 말 대신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도해 비례대표 1번부터 순위를 매기는 게 아니라, ‘반(反)윤석열’을 깃발로 소수 정당들과 함께 공통의 기준을 세워 비례대표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취지에서 ‘준위성정당’이라는 표현도 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여의도에서도 “도대체 (21대 총선 때 만든) 더불어시민당과 뭐가 다른가” “선거대연합은 어디까지를 말하는 건가” “위성정당도 신조어인데 준위성정당은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연동형 비례제를 처음 도입했을 때의 ‘다양성 확대’ 같은 가치는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며 “국민들 보기에 헷갈리기만 할 뿐 누가 제대로 이해하겠나”라고 했다. 제3신당 관계자는 “결국 똑같이 ‘프랑켄슈타인’을 만들겠다는 건데 희한하고 복잡한 말로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