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왼쪽)·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제1차 개혁신당 임시 지도부 회의'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4.2.11/뉴스1

개혁신당(공동대표 이낙연·이준석)은 지난 9일 4개 세력(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최종 합당을 선언한 데 이어 12일 지도부 구성까지 마무리했다. 거대 양당의 두 전직 대표가 ‘투톱’을 맡은 제3지대 통합 신당이 4·10 총선 2개월 전 출범하면서 이번 선거는 민주당·국민의힘 2강(强), 개혁신당 1중(中)의 3당 체제로 치러질 전망이다.

이번 합당으로 개혁신당은 현역 의원 4명(이원욱·조응천·김종민·양향자)이 소속된 원내 4당이 됐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 공천받지 못한 현역이 3명만 더 합류하면 녹색정의당(6석)을 제치고 기호 3번을 받는다. 녹색정의당은 현재 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 지역구 선거 연대 여부를 검토 중이다. 녹색정의당이 민주당 주도 선거 연합체에 참여한다면 독자 정치 세력으로서의 의미가 약해진다.

그래픽=정인성

개혁신당 관계자는 “선거 전까지 현역을 최소 10명 이상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역 20% 물갈이 통보가 임박한 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표도 “통보가 시작되면 일부가 (개혁신당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개혁신당은 9일 합당을 발표하며 “하나의 당으로 총선에 임한다”며 “기득권 거대 양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위성정당, 위장 정당을 만들겠다는 반칙에 대해 제3지대 모든 정치 세력이 힘을 합쳐 맞서겠다”고 했다. 개혁신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도 했다.

제3지대의 전격적 통합에 민주당에선 ‘정권 심판론’의 선명성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2일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우리 당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정 심판론이 높은데 제3지대가 생겨서 그 반대 여론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정당이 탄생한다면 당연히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6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율 역시 30%대에 정체돼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설 연휴 내내 단합을 강조했다. 개혁신당 출범에 따른 지지층 잠식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개혁신당 합당 발표 당일인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40분간 게시물을 6건이나 올렸다. 그는 “단결만이 답”이라며 “계파를 가르고 출신을 따질 여유가 없다”고 했다. “이번 총선이 대한민국의 운명과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흥망과 성쇠, 퇴행과 진보의 갈림길에서 무관심과 방관은 죄악”이라고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 이낙연·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조응천·이원욱 원칙과상식 의원이 설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인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2.9/뉴스1

국민의힘에서는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출마 지역을 수도권과 대구를 비롯, 5~6곳으로 압축했다고 한다. 이 대표와 가까운 홍준표 대구시장도 그의 대구 출마를 예측한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여당 텃밭의 중도·무당층을 잡아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개혁신당에선 이낙연·이준석 대표가 각각 광주(光州)와 대구에 출마, ‘영호남 학익진’을 편성한 뒤 수도권과 비례대표에 신인·청년·여성을 집중 투입하는 전략도 논의 중이다.

이준석 대표는 12일 MBC라디오에 출연, ‘위성정당에 대한 심판 투표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지역구 14%, 비례대표 26%를 득표했던 전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제3당의 지향점이 옳다고 생각하면 교차 투표를 해주실 가능성을 본다”고 했다. 기존 민주당·국민의힘 지지층이 지역구에선 양당을 선택하면서도 비례에선 개혁신당을 뽑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혁신당이 여당 지지층도 잠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제3신당이 지역구에 아주 적극적으로 후보를 내고 일정하게 득표한다면 거대 양당 입장에선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개혁신당이 어떤 분들을 어느 지역구에 공천할지가 가장 큰 관심”이라고 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역 앞에서 ‘제3지대’ 인사들이 함께 모여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세력은 합당을 선언하고, 이준석(앞줄 오른쪽에서 셋째)·이낙연(오른쪽에서 넷째) 두 사람이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첫 최고위원 회의를 연다. 양향자 원내대표, 김종민·조응천·금태섭 최고위원 등 지도부 구성도 완료했다. 총선을 지휘할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낙연 대표가 맡는다. 김철근 사무총장, 김용남·김만흠 공동 정책위의장, 이훈 전략기획위원장, 허은아(수석)·김효은·이기인 대변인단 등 당직 인선도 마무리했다.

통합 과정에서 이낙연·이준석 대표 측은 당명을 두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낙연 대표는 “당명 줄다리기로 설 연휴를 보내면 신당 전체가 가라앉을 수 있다”며 “개혁신당도 알기 좋은 선명한, 좋은 이름”이라며 자신의 ‘새로운미래’를 내려놨다. 이준석 대표는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 지지층 일부에선 여성주의 색채가 강한 류호정 전 의원, 민주당 전직 대표였던 이낙연 대표 등과 함께하는 데 대한 반발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통합 당명이 자신의 ‘개혁신당’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이낙연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은 데 대해서도 “예우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성·노인 정책 등을 놓고 개혁신당 내 각 세력이 융합하지 못할 수 있다며 “잡탕 정당” “페미니즘·친문·좌파 정당” 같은 지적도 제기됐다. 개혁신당은 DJP 연합, 국공합작 등을 거론하며 반박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류호정 전 의원도 여성 병역을 이미 거론했다”며 “당 강령, 공약 기조 모두 합의 가능한 영역”이라고 했다. 개혁신당은 조만간 통합 합당 대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