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3일 서울·광주·제주 지역 공천 신청자들에 대한 면접 일정을 시작하면서, 후보 재배치 검토에도 들어갔다. 공천 신청자가 몰린 서울 강남을, 중·성동을 등 일부 지역구의 후보 재배치를 통해 수도권 등의 접전지 탈환에 나선다는 것이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날 면접 전 취재진과 만나 “동일한 지역에 중요 인력들의 지원이 몰린 경우에는 (후보들을) 재배치해서 승리해야 할 것 같다”며 “특히 서울 지역에 그런 분이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중·성동을 지역과 관련, “거기도 고려 대상”이라고 했다.
중·성동을은 하태경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전·현직 의원 3명이 몰린 곳이다. 당 관계자는 “총선 승리를 위해 꼭 탈환해야 하는 ‘한강 벨트’의 경우 본선 경쟁력까지 생각한다면 당내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경선이 과열되면 정작 본선에서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전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동시에 공천을 신청한 ‘텃밭’ 서울 강남을 지역도 조정이 예상된다. 박 전 장관의 경우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이 현역인 경기 고양갑, 이 전 비서관의 경우 김진표 국회의장이 불출마하는 경기 수원무에 배치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 간사인 장동혁 사무총장도 이날 “저희가 생각하는 전략 지역구가 있는데 인지도가 높으면 비호감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어서 확장성 없는 분들이 있다”며 “출마 의사를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론조사 결과는 좀 뒤지지만 두 달 동안 열심히 뛴다면 확장성 있는 유능한 후보들을 찾아보려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양천갑, 종로 등의 후보 재배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황희 의원의 지역구인 양천갑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당협위원장인데 구자룡 비대위원도 공천 신청을 했다.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의 지역구인 종로의 경우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을 투입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 전 위원장은 “총선 불출마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위적인 후보 재배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공천은 당의 결속력을 잃어 선거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자녀 채용 비리에 대해 사면은 받았지만 공천 부적격자로 배제된 김성태 전 의원 지지자들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공천 농단”이라며 시위를 벌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김성태 후보는) 단식으로 ‘드루킹 특검’을 관철해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온몸으로 막았던 분”이라면서도 “당의 시스템 공천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17일까지 5일간 공천 면접을 진행한다. 첫날인 이날은 김영우 전 의원, 허용범 전 당협위원장,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이 몰린 동대문갑을 비롯해 서울·제주·광주 56개 지역구 면접이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