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현 녹색정의당), 진보당이 국회에서 주최한 공개 토론회에서 ‘북한이 한국과 적대 관계라고 규정한 것은 미국과 윤석열 정권 때문’ ‘전쟁 위기를 피하려면 윤석열 정부를 바꿔야’ ‘한미 동맹을 파기해야’ 같은 발언이 나온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석상에서 북한의 대북 정책 전환이 한국과 미국 탓이고, 한미 동맹을 깨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민주당, 정의당, 진보당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2024년 전쟁위기 한반도 정세와 급변하는 국제질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태흥 진보당 진보정책연구원장은 “미국이 신냉전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윤석열 정권이 그것에 부화뇌동해 대북 적대 정책을 강화했던 것이 북이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을 하면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직접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전쟁 위기를 바꾸기(벗어나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힘으로 미국 외교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적단체인 한총련 의장을 지낸 정 원장은 “진보당은 ‘진영 외교, 편향 외교는 안 된다. 비동맹 중립 외교로 가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유일하게 미국과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한국이 어느 국가와도 동맹하지 않는 ‘비동맹’ 외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서 “(북한과의)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 체결로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야 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준형 민주당 동북아협력위원장,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평화특별위원장, 김창현 통일TV 방송위원과 여러 교수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한미 동맹 파기 등 정 원장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펴는 사람은 없었다.
진보당 관계자는 본지에 “한미 동맹 파기는 진보당의 주요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의 개인 의견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진보당에 대해, 민주당은 최근 총선용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선거 연합을 위한 연석회의에 참여해달라고 공식 제안한 상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 토론회에 보내온 서면 인사말에서 “윤석열 정권 자체가 ‘코리아 리스크’의 진원이라는 비판을 직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