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매년 3조7000억원을 투입해 지방의 거점 국립대 9곳을 서울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총선 공약을 15일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날 충북 청주시 충북대에서 이재명 대표가 주재하는 정책 간담회를 열고 공약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지방 소멸과 수도권 폭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대학 문제가 있다”며 “대학 간 차별이 심각한 문제다. 특정 국립대(서울대)에 대한 지원과 지방대에 대한 지원을 비교해보면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 국립대들도 최소한 서울대 수준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의 핵심은 국립대 가운데에서도 강원·경북·경상·부산·전남·전북·제주·충남·충북대 등 9곳의 지방 거점 국립대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려, 학생 1인당 투입되는 교육비를 서울대생 1인당 교육비의 70%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대생에게는 1인당 평균 5804만원이 투입되지만, 충남대는 2229만원, 강원대는 1990만원이 투입된다. 이를 4000만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1곳당 매년 평균 3000억원, 9곳에 총 2조7000억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이 돈으로 시설과 기자재를 개선하고 우수 교원을 유치하는 한편 교육 프로그램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재학생 전원이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대학 생활을 하는 ‘레지덴셜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공약에 포함됐다.
민주당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에 대한 지원도 늘리겠다고 했다. 현재 연간 5700억원가량 투입되는 국립대 육성 사업과 1조원가량 투입되는 대학 혁신 지원 사업 예산을 1조원 늘려서 국립대 30여 곳과 일부 사립대에 제공하겠다고 했다.
대학 지원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방 대학의 쇠퇴를 막기 위해 지방의 일부 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것으로, 민주당의 공약은 그런 주장의 주 내용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좌파 교육계 일각에서 주장했던 ‘국가 거점 국립대 통합’이나 ‘국공립대 공동학위제’처럼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를 아예 합쳐버리는 방안은 이번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본지 통화에서 “전국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이 10곳 정도는 생길 수 있게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지방 국립대에도 서울대 수준의 법적 지위와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매년 4조원 가까운 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 하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미 저출생 대응에 연 28조원, 도심 철도 지하화에 총 80조~100조원, 소상공인 지원에 연 5조원 이상을 쓰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민주당은 이날 지방대 육성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관세를 제외한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초·중등교육에 무조건 할당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민주당 공약의 재원이 될 수도 있다. 경제 성장에 따라 교부금 규모는 계속 커지는 반면,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드는 탓에 교부금이 남아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은 남는 교부금 일부를 고등교육에 돌리는 방안에 대해선 반대하고 있다. 2022년 말 윤석열 정부가 교부금 일부를 대학에 지원하는 특별회계 신설법을 내놓자 “동생 돈 빼앗아서 형님 먹여 살린다는 것이냐”며 반발했었다.
지방 거점 국립대에 대한 지원을 특정 수준까지 무조건 늘린다는 공약이 지방 대학의 경쟁력을 도리어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사립대 총장은 “과거 정부가 BK(두뇌한국)21 사업 등을 통해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보다 더 쉽게 지원금을 타낼 수 있게 하자 지방대가 여기에 안주하면서 지방대 경쟁력 약화가 가속됐다”며 “각 대학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하는 전략 없이 재정 지원만 늘리면 귀중한 재원이 허비되기만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