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15일 “다시는 2010년도처럼 적의 도발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서북 도서 다섯 곳을 언급하며 “(적이 도발하면) 저희가 서북 다섯 섬에 들어가서 옥쇄(玉碎·명예나 충절을 위해 깨끗이 죽음)를 각오하는 심정으로 적의 도발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이날 국군대전병원을 방문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저희는 군 의료 기관으로서 치욕을 잊지 않고 있다”며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을 언급했다. 그는 “연평도 전체가 쑥대밭이 돼가고 있었는데, 저도 군 의료진의 한 사람으로서 피눈물이 나는 순간은 그때 응급 구조 헬기가 단 한 대도 뜨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헬리콥터가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강국으로 손꼽힌다”며 “그런데 연평도에서 우리 해병대원들이 피를 흘리면서 죽어가고 있는데 의무 헬기가 단 한 대도 뜨지 않았고 의료진이 단 한 명도 증파되지 않았다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격받았을 경우에 어마어마한 양의 의무 지원이 들어가는 것은, 사태를 안정화하며 우리 군인과 국민을 보호하며 적에게 허점이나 제2, 제3의 도발 빌미를 주지 않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와 해리스 전 대사 등이 한국의 군 응급 의료 체계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준 점을 언급하며 “단순히 6·25전쟁 때나 베트남 전쟁 때 같은 전시뿐 아니고 평화 시에도 대한민국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한미 동맹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미 국무부에서도 굉장히 깊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한국군·미국군의 연합 훈련, 전쟁 억지 능력이란 영역을 떠나 ‘양국의 젊은 청년들이 이 땅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같이 헌신하고 노력하라’는 접근을 많이 늘려야 한다”며 “(이런) 한미 동맹 구축은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하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중증 외상 분야 권위자인 이 원장은 아주대병원 교수로 재직하다 작년 8월부터 진행된 국군대전병원장 공모에 지원했고, 작년 12월에 임명됐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격을 당한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치료했고, 2017년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 북한군 총탄을 5발 맞은 오청성씨를 수술해 살려냈다. 그는 6·25전쟁 상이군인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에 한 위원장은 “대전국군병원에 계시는 모든 스태프와 모든 장병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렇게 분투하고 계시는 것을 우리 국민 모두 알고 있고 또 정치가 그걸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얼마 전 이 원장에게 (입당해서) 같이 일하자고 부탁드렸지만 ‘현장에 남겠다’고 하셨다”며 “어디서든 나라를 위해 서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 원장에게 정계 입문을 권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