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운명처럼 다시 성동에 돌아왔다”며 “또 다시 성동의 당원과 지지자들께 아픔을 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서울 중구·성동갑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민주당 지도부가 ‘친문 핵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대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외부 영입 인사 등을 전략 공천하는 것을 검토하는 가운데 임 전 실장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지난 2012년 총선 시기에 당의 분란을 수습하기 위해 사무총장직을 사퇴하며 공천과 함께 지역구를 반납한 적이 있다”며 “사퇴보다 힘들었던 건 당원들과의 이별. 정치인 임종석을 만들고 키워주신 성동을 떠나는 건 너무나 아프고 힘든 일이었다”고 했다.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은 한양대가 있는 이 지역구에서 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임 전 실장의 ‘중구·성동갑’ 공천을 두고 민주당 내 계파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 공천이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친문(친문재인) 간 계파 갈등을 폭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 전 실장 대신 친명계 후보가 전략공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중·성동갑 주민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서비스(ARS)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민주당은 임 전 실장을 배제한 채 추 전 장관과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 차지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를 국민의힘 후보와 겨룰 민주당 가상 후보로 제시했다. 공 전 사장은 이재명 대표가 영입한 외부 인사고, 차 교수는 지난 대선 때 이 대표의 후보 등록 신청서를 대리 제출할 정도로 가까운 인물이다.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노영민 전 실장을 향해 연일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친명계도 임 전 실장의 중·성동갑 출마 시도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은 “전략 지역을 선택해 고집하는 게 바람직한 건지 개인적으로 좀 그렇다”고 했고,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은 “임 전 실장이 자기 덩치 키우려고 (계파 갈등을 만든다)”라고 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임 전 실장 대신 최근 민주당에 복당한 이언주 전 의원의 중구·성동갑 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이 중구·성동갑에서 ‘컷오프’ 되면 총선을 앞두고 친명 지도부와 친문재인계가 정면 충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임종석 등 전 정부 핵심 인사를 건드려 ‘문명(문재인·이재명)’ 파괴가 되면 총선은 폭망한다”며 “이게 폭발이 되면 저 명문 정당이 깨지는 거고, 문명 파괴가 되는 거다. 그러면 총선 자체를 못 치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