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의 개혁신당 내 분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양 대표 측은 표면적으로는 정의당 출신 인사 입당·공천 문제, 선거 홍보 주도권, 지도부 지역구 출마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황과 정보를 노출해가며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정치 구태’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학적 결합에 실패한 옛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출신들의 계파 갈등·당권 투쟁이 현 상황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 측 김종민 최고위원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준석 대표에 대한 사실상의 공개 질타를 쏟아냈다. 김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 측이 이낙연 대표 측에 정의당 배복주 전 부대표의 입당을 공개적으로 환영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한 것과 관련, “당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공천을 안 준다고 선언하고 이것을 이낙연 공동대표에게 공개 선언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합당 주체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대표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내치는 패권 때문에 우리가 제3지대로 나온 것이 아니냐”며 “지지층이 당원 게시판 등에서 배 전 부대표 입당에 반대한다고 당대표가 ‘너 나가’라고 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준석 대표가 선거 홍보 주도권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선 “전권은 민주적인 절차와 원칙 내에서 줄 수 있다”면서도 “선거운동 전권을 준다면 이낙연 공동대표에게 줘야한다. 총괄선대위원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 측 김용남 정책위의장은 김 최고위원 기자 간담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페이스북에 반박문을 올렸다. 그는 배 전 부대표 입당 논란과 관련, “당원 자격 심사는 모든 정당이 하는 것”이라며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면 그분(배 전 부대표)도 오판하지 않도록 정확하게 말씀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최근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간 이견으로 정책·공약 합의와 발표가 지연되는 상황을 거론하며 “합의문상의 ‘법적 대표’인 이준석 대표 전결(專決·결정권자 마음대로 결정하고 처리함)로 정책 발표를 하자는 얘기가 어떤 문제가 있느냐”고 했다. 당의 전권(全權)은 법적 대표인 이준석 대표에게 있다는 얘기다. 이준석 대표 역시 이낙연 대표의 공동대표직에 대해 “예우”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 의장은 김 최고위원을 향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고위에서 다수결로 표결을 한 상황에서 왜 기자회견을 자청하는지 모르겠지만, 표결 결과가 불리할 것이라고 예상해서 이렇게 행동했다면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했다.

그러나 개혁신당 안팎에선 ‘당권을 놓고 벌이는 계파 갈등이 양당 구태와 다를 게 없다’ ‘국민들에게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자고 제3지대 신당을 창당했느냐’ ‘기득권 양당 정치를 청산한다더니 당의 치부를 국민들에게 모조리 드러내며 손가락질하는 모습은 염치가 없다’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최근 최고위원회나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취소한 것과 관련해서도 ‘성숙한 정치 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