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의 한 영화관 발권기 화면에 영화 '건국전쟁'의 상영시간과 잔여좌석이 안내되고 있다. 2024.2.16/뉴스1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60만 관객을 넘어 흥행하면서, 유튜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역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명 역사 강사인 전한길씨는 유튜브에서 건국전쟁을 봤다며 “영화비 아깝지 않은 영화”라 했다. 좌파 성향 유튜버가 “이승만은 친일파 청산을 막았다”고 하자, 다른 유튜버는 “입체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역대급 콜로세움(싸움판) 열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사 강사인 황현필씨는 지난 14일 “이승만의 25가지 과오”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리며 “역사상 최악의 인물 중 하나”라고 했다. 황씨는 이 전 대통령이 반민특위(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 활동을 방해해 친일파 청산을 막았다며 “이승만의 친일파 처벌 실패는 일천년래 우리 역사에 가장 큰 사건”이라고 했다. 황씨는 이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방해했다는 주장도 했다.

황씨는 네티즌 사이에서 대표적인 좌파 역사관을 가진 인사로 통한다. 이순신 장군 관련 책을 쓴 황씨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하면서 “5년 동안, 이순신이 전장에서 보여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라 하기도 했다.

'황현필 한국사' 유튜브 캡처

황씨는 영상과 함께 올린 글에서 영화 ‘건국전쟁’을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어떤 분들은 저한테 그 영화를 리뷰해 달라고 한다”며 “제가 그 영화 표를 사들고 직접 영화까지 봐야한단 말인가, 제 역겨움은 누가 담당하나”라고 했다. 그는 “역사학적으로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분명히 끝났다”며 “어중이 떠중이 말고 역사 전공한 학자 중 이승만을 찬양하는 이가 누가 있나”라고도 했다.

반면 세계사와 국제 정치 분야를 주로 다루는 최영효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간다효’에 올린 영상들에서 “이승만이 반민특위 활동을 방해한 건 맞지만, 아무리 따져도 일본이 이쁘고 친일파가 이뻐서 그런 건 정황상 아니다”라고 했다. 미군 철수와 여순 사건 등으로 혼란한 국내외 환경, ‘반공’이 최우선 과제였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다효' 유튜브 화면 캡처

최씨는 미국과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전까지 동맹국이었고, 독립운동 방식에 대한 다양한 노선·의견이 있었음을 설명하며 “이승만을 까도 되는데, 당시 엄혹했던 시대를 전제로 깔고 역사를 공부한 다음에 까도 늦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승만을 무조건 하나부터 열까지 안 좋은 인간으로 만들어야만 본인들 원하는 성과가 생기는 그룹이 있다. 입체적으로 보라”고도 했다. 최씨의 영상엔 “세계사 먼저 배우고 한국사 공부해야 한다는 말에 백퍼 공감” 등의 댓글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