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예산은 충남의 TK(대구·경북)라고 불릴 정도로 정치적 보수 성향이 강하다.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부터 지금까지 36년 동안 보수 정당이 총선을 모두 이겼다. 야당 입장에선 대표적 험지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에 4선 중진에다 충남도지사를 지내 중량감 있는 양승조 후보를 전략 공천해 최근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야 후보가 각각 약 46%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양승조, 지역 농민에 “쌀값 안정돼야”
2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후보는 예산 덕산면에 있는 덕산시장 앞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연설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양 후보는 “덕산면에는 농민이 많다. 농민들이 작년에 생산한 쌀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생산자가 내놓는 쌀값은 (80kg 기준) 18만원이 안되지만, 양곡관리법이 지금 시행되면 아마 쌀값은 약 20만 원 이상으로 안정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 하락 시 정부가 이를 보전해 주는 것이 골자다. 작년 말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매년 수조원의 세금이 소요된다는 이유에서다.
양 후보가 “양곡 관리법 거부권을 누가 행사했나요? 누가 행사했을까요?”라고 묻자 연설을 듣던 일부 주민들과 선거운동원들이 “윤석열!”이라고 답했다. 양 후보는 “아무리 보수를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다가오는 4월 10일 이번야말로는 심판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맞습니다!”라고 호응했다.
양 후보의 연설 전엔 파란 유니폼을 갖춰입은 민주당 선거운동원들 20여명이 덕산시장 앞 사거리에서 선거송에 맞춰 춤을 췄다. 오고가는 차량이 지지의 뜻으로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이날 이탄희 민주당 의원도 홍성 유세장을 방문해 “홍성예산 사람 살리는 정치를 하는 양승조를 써야 한다”고 지지 연설을 했다. 양 후보는 이날 광천시장 외에 홍성 내포신도시, 광천 전통시장 등을 돌며 연설했다.
양 후보는 이번 총선 공약으로 ‘서해선 경부선 KTX 직결 조속 추진’, ‘KT 홍성지사 이전을 통한 홍주읍성 복원’, ‘홍성교도소 이전’ 등을 내세우고 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유치를 발판으로 내포신도시 인구 10만명 달성 시기도 앞당기겠다고 했다.
◇강승규 “홍문표 의원도 저를 지지”
국민의힘 강승규 후보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핫 라인’을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초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다. 지난 대선 때는 선대위 조직총괄부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홍성 원도심, 예산 원도심을 살리려면 기업을 유치하고 다양한 문화시설 등을 확충해서 정주 여건을 강화해야 된다”며 “강승규만이 지금 대통령부터 충남도지사 그리고 양 군수(홍성·예산군수), 지방의회까지 핫 라인이 있다”며 “국회의원이 법과 제도, 예산으로써 (지역 활성화를) 뒷받침해야 된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이날 예산 덕산시장을 방문해 연설할 때도, 윤석열 정부의 ‘믿을 맨’으로서의 입지를 강조했다. “제가 시민사회수석으로 있을 때, 또 그동안 여기 내려와서 충남도지사, 최재구 예산군수와 정말 자주 통화하고 (정책적)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그가 이 자리에서 ‘덕산 구(舊)온천탕 3000평을 호텔 및 숙박시설로 조성' ‘온천 단지 옆 8000평 규모 한옥펜션단지 조성’ ‘등 지역 공약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자, 모여든 주민들은 일제히 “와! 강승규! 강승규!”라며 연호했다. 강 후보는 이 외에도 이번 총선 공약으로 , ‘내포신도시 기회발전특구 조성’ ‘청년들에게 지방상생교통카드 제공’ ‘경로당을 의료·복지 기능이 있는 복지센터로 전환’ 등을 밝혔다.
강 후보는 같은 당 홍문표 의원의 지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의원님께서 지금 저에게 지지 선언을 해 주시고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은 현재 홍성·예산 지역구 현역 의원이고, 이 지역에서만 4선을 했다. 그러나 이번 경선 과정에서 과거 낙선 경험 때문에 ‘30% 감점 대상자’가 되자 경선을 포기했다. 그가 무소속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 최근 강승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 ‘초접전’
두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충청투데이와 TJB대전방송이 의뢰해 여론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3~24일 무선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 후보는 46.5%, 강 후보는 46.3% 지지율을 기록했다.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최대 ±4.3%p). 굿모닝충청이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8~19일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양 후보 44.5%, 강 후보 47.7%로 오차범위(±3.7%p) 내 차이를 보였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