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송영길 소나무당 후보의 아들과 딸이 구속된 송 대표 대신 유세를 하는 모습./김민기 기자

광주광역시 서구갑에 출마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보석 신청도 지난달 29일 기각됐다.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사실상 후보 본인처럼 지역구를 돌아다니는 이는 송 후보의 아내, 딸, 아들 셋이다.

◇송영길 없는 송영길 팀

1일 오전 송 후보의 딸 송현주(33)씨와 아들 송주환(29)씨 둘이서 광주 서구 화정역 인근 상가를 돌며 송 후보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이들은 “송영길 후보 아들딸이 인사 나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한 어르신이 “민주당이야?”라고 묻자 현주씨가 “민주당에 골수로 있다가 새로 당을 만들었어요”라고 했다. 주환씨가 “약국에 인사드릴까?”라고 하면 현주씨가 “내가 다녀올게, 넌 앞으로 가”라며 분업을 했다. 현주씨는 서울 직장인이고 주환씨는 서울의 한 로스쿨에 다닌다. 각각 휴가, 결석으로 선거운동 기간 광주에 머물고 있다.

이날 오전 송 후보 아내 남영신씨는 서구의 한 경로당을 찾았다. 그는 1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광주의 아들을 살려주세요” “남편이 광주에서 살려고 전입신고도 마쳤습니다. 자주 찾아뵐게요”라고 했다. 이후 자녀들처럼 식당·상가를 돌며 “송영길 아내입니다”라며 명함을 돌렸다. “잘 부탁한다”는 남씨의 말에 “그라제”라고 답하는 사람도, “이번에 나온다요?”라고 되묻는 사람도 있었다.

1일 송영길 후보의 아내 남영신씨가 광주의 한 경로당에서 유세 중이다./김민기 기자

소나무당은 서구갑 일일 유세 일정표를 ‘캠프 일정표’ ‘자녀 일정표’로 나눠 공지한다. 캠프 일정표는 남씨의 동선이다. 셋은 이날 오전 화정역 트럭 유세에선 한 자리에 모였다가 이후 흩어졌다. 이런 식으로 각자 일정을 소화하다 오후에 다시 만나는 걸 반복하고 있다.

소나무당은 송 대표가 지난달 옥중 창당한 정당이다. 이후 그는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14일 아내 남씨가 자필 출마선언문을 대독했다. “광주 시민께서 정치 보복 창살에 갇힌 저의 손을 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남씨는 선언문을 읽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들 주환씨는 지난달 26일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야권 정치인이 많지만 유독 송영길 대표만 지금 차가운 겨울 감옥에 억류돼 있다. 유세 한 번 하게 해달라”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다만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는 송 대표가 청구한 보석에 대해 29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날 송 대표 공판이 예정돼 있었으나 송 대표가 보석 기각 후 정신적 충격을 호소, 재판에 불출석했다. 앞서 작년 12월 송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검찰은 지난 1월 송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송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의원과 지역본부장들에게 돈봉투 6650만원을 살포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구속된 송 대표는 편지 등으로 당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남씨는 “편지, 변호인 접견 등 방식으로 남편 메시지가 한 주에 2~3회 온다”며 “한 달에 통화는 2번 가능하다. 그때 녹음한 음성을 유세 현장에 틀고 있다”고 했다. 송 후보는 정권 즉각 퇴진 추진, UN아시아본부 광주 서구 유치, 거리 환경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 하헌식 후보가 1일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사거리에서 트럭 유세를 하고 있다./김민기 기자

◇국힘 하헌식, “민주 후보 토론회 불참은 안하무인”

이 지역구 하헌식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오후 서구 치평동의 한 사거리에서 트럭 유세를 가졌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민주화 성지 광주가 어떻게 ‘묻지마식 투표’, ‘옷 색깔만 보고 투표’라는 어처구니없는 닉네임을 갖게 됐느냐”며 “언제까지 그런 오명을 들어야 겠느냐”고 했다. 이어 “이제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군공항 소음 피해 보상 지역 확대 및 보상금 월 5만원에서 월 50만원으로 상향, 군공항 부지에 반도체 대기업 유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당선돼 공약을 지키지 못한다면 의원직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했다.

하 후보는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방송 토론회에 불참한 데 대해 소리 높였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부터 KBS광주방송총국에서 두 후보의 선관위 주관 TV 토론회가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조 후보 측이 당일 불참 의사를 표현했다. “열이 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토론회는 하 후보와 진행자의 대담 방식으로 변경됐다. 조 후보는 당일 서구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조 후보가 경찰 수사 단계에 있는 자신의 ‘비상장주식 의혹’을 피하기 위해 토론회에 불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민주당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토론회 불참은 옳지 않다”고 했다.

하 후보는 이날 유세 현장에서 “(토론회 불참의) 최대 피해자는 주민들이고, 나 역시 토론회를 위해 1분 1초가 아까운 이 기간 하루를 꼬박 준비했는데 갑자기 불참 통보를 받았다”며 “조 후보는 본인의 의혹이 토론회를 통해 샅샅이 알려질까 두려운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스스로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토론회를 나가지 않아도 당선된다는 안하무인격 생각이다. 광주 시민들은 (이번 일에서) 정말 느껴야 (하는 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진보당 강승철 후보도 “광주에서는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자만심에서 비롯된 무책임한 행태로 조 후보는 후보 자격이 없다”고 했다.

◇조인철, “이유 불문하고 죄송”

조 후보 측에 따르면 조 후보는 입원 나흘째인 이날 퇴원했다. 조 후보 관계자는 “말을 아예 못하는 상황이다. 퇴원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간단한 목례 정도는 했지만 유세는 어려워 추후 일정 확정이 어렵다”고 했다. “더 일찍 퇴원하려 했는데 주치의가 말렸다”고도 했다.

조 후보는 “피로가 누적돼 병원에 입원했다. 이유 불문하고 선거방송토론에 불참한 것은 할 말이 없다. 시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광주 서구선관위는 조 후보의 토론 불참 사유를 심의해 과태료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1일 오전 민주당 조인철 후보의 유세 트럭이 광주 화정역 인근을 지나고 있다./김민기 기자

조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정치·경제 정상화 및 복구, 4차산업 중심 경제 거점도시 조성, 광주형 일자리 발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