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야권의 대표적 텃밭 지역이다. 세종시가 단일 지역구로 신설된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당선됐고 2016년에도 재선됐다. 세종갑·을이 나뉘어진 2020년 21대 총선 땐 두 곳 모두 민주당 후보가 20%포인트 내외의 큰 차이로 이겼다.
그런데 이번 총선 세종갑 지역구에선 이변이 생겼다. 민주당에서 후보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영선 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재산 허위 신고를 이유로 공천이 취소됐다. 공천 취소 직전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약 52%였다. 나머지 후보들에게 이 표가 분산될 전망인데, 아직까지 특정 후보가 앞서지 않고 접전 양상을 보인다.
현재 세종갑 국회의원 후보는 국민의힘 류제화(40) 후보와 새로운미래 김종민(60) 후보 두 명이다. 류 후보는 변호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 위원을 지냈고 이번에 초선에 도전한다. 충청남도 부지사 출신에 재선 국회의원인 김 후보는 이번에 3선을 노린다. 김 후보는 지난 1월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하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함께 새로운미래를 창당했다.
◇류제화 “저는 보통 세종 시민…절박함 알아 ”
국민의힘 류제화 후보는 2일 오전 세종시 금남면에 있는 대평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인사했다. 그는 과일·채소를 파는 좌판 상인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상인들은 류 후보의 손을 잡고 “힘 내라”고 격려했다. 시장에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오가는 시민들도 “류제화 파이팅!”을 외쳤다.
류 후보는 유세 차량에 올라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발빠르게 응답하는 정치하러 이번 총선에 나왔다”며 “이번 총선은 정체된 우리 세종시와 발전이 정체된 금남면을 이대로 내버려 둘 것이냐, 아니면 젊은 정치인으로 확 바꿔서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했다.
그는 기자를 만나 “저는 세종시에서 아이 둘 키우고 돈 벌며 살고 있는 보통 세종 시민이고 진짜 세종 시민”이라며 “시민들이 얼마나 절박한 마음인지 그런 걸 알고 있다”고 했다. 또 세종의 교육 환경을 강조하며 “세종에 기업이 오려면 기업이 채용할 만한 인재가 배출돼야 하고, 그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대학이 있어야 한다”며 “결국 교육이 곧 경제 정책”이라고 말했다. 대평시장에서 만난 한 금남면 주민은 “나는 중도 성향이지만, 류 후보가 젊고 똑소리 나는 것 같아 뽑으려 한다”고 말했다.
류 후보는 최근 상대 김종민 후보가 본인의 민주당 탈당에 대해 민주당원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민주당과의 정책연대를 제안한 데 대해 “시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정치적 결단을 통해서 행동을 했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된다”며 “표를 얻기 위해서 사과를 할 거면 탈당을 왜 했는가”라고 했다.
류 후보는 이번 선거 공약으로 ▲입법·사법·행정부의 세종 완전 이전, ▲세종공립학원 설립, ▲공공데이터 AI산업 메카 조성, ▲KTX 세종역 신설 등을 내걸었다.
◇김종민 “행정수도 완성에 경험 쏟아부을 것”
새로운미래 김종민 후보도 이날 오전 대평시장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그는 시장 내 식당과 옷가게들을 한 곳 한 곳 들어가서 가게 주인과 손님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한 상인이 김 후보에게 응원을 보내며 “이번에 누구 잡으러 (세종갑에) 나왔어”라고 하자, 김 후보는 “불경기를 잡으러 나왔습니다”라고 답했다. 한 가게 주인은 김 후보에게 “꼭 당선 되세요!”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유세차량에 올라 “저보고 ‘왜 (재선한 충남 논산·계룡·금산이 아니라) 세종에 갑자기 왔냐'고 말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제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대변인이었다. 세종시가 만들어질 때 대변인으로서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8년 하면서 세종시에 예산 배정을 가장 앞장서서 외쳤다”며 “이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그동안의 청와대, 충남부지사, 국회의원 재선 경험을 다 쏟아 붓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기자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윤석열’의 고집 수준에서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며 “2년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정권 심판 여론이 높은 건 아주 특이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종 선거도 ‘정권 심판’ 선거”라고 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 탈당 사과’ 논란에 대해선 “지금 여기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민심이 있는데 그분들과 손을 잡지 않고 어떻게 선거를 하겠냐”며 “제가 소신을 버린 게 아니라, 새로운미래와 민주당의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는 정권 심판을 위해 힘을 합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 류 후보에 대해선 “초선 의원이 전체 국민들에게 ‘세종시 행정수도 만들자’고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 공약으로 ▲대통령 세종집무실 이전 ▲국회 세종의사당 이전 완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존치 ▲세종지방법원 설치 완수 ▲외교타운과 글로벌특구 등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