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상당구는 원래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우세가 예상됐다. 이 지역구 현역 의원으로 공천을 받은 정우택 의원의 지역 내 입지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5선 중진인 정 의원은 이 지역에서만 3선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정 의원이 이른바 ‘돈봉투 수수 의혹’에 휘말려 공천이 취소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원래 청주 청원구 후보였던 서승우 후보가 상당구에 ‘긴급 수혈’됐지만,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후보에게 20%포인트의 큰 차이로 밀린 것이다.
다만, 이후 서 후보는 이 후보를 맹추격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인 3~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지역 정가에선 “선거일이 다가오자 여·야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란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사업가 출신으로 과거 서울시의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 중진인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누르고 공천을 받았다. 서 후보는 관료 출신으로 충북 행정부지사를 지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으로 일했다. 두 후보 모두 이번에 당선되면 초선이다.
◇이강일 “개발보다 공동체 회복이 먼저”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후보는 3일 오전 6시 30분부터 청주시 남일면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새벽 인사를 했다. 이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이어 금석교사거리로 자리를 옮겨 유세를 벌였고, 상당지역아동센터협의회도 방문했다. 오후엔 청주시내 한 요양원을 찾았다. 파란 점퍼 차림의 이 후보가 어르신들 앞에서 “인사드리고 가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이자, 어르신들은 “성공하세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 후보는 기자와 만나 이번 총선에 대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 선거’로 완전히 가고 있다”며 “(정부에 비판적인) 바닥 민심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정치를 잘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진영 대결로 몰고 간 게 오히려 패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상당구 지역 활성화와 관련해 “무조건적인 개발 논리가 아닌 ‘공동체 회복’이 먼저”라고 했다. 그는 “투기 세력이 돈만 빼먹고 그 자리를 떠나면, 지역은 죽어버린다”며 “30층 짜리 주상복합 건물을 세워도, 정작 (상인과 주민의) 입주가 안 되면 그냥 내버려둔 것보다 더 쇠락해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녹여낸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상대 서 후보에 대해 “상당구에 대한 사랑이 없는 분”이라고 했다. 서 후보가 청주 청원구에 출마하려 했다가 상당구로 옮긴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어 “(지역 토박이인)저는 이 곳 거리를 45년 전부터 계속 봐왔는데, 서 후보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중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 확대 ▲세제 지원을 통한 기업 유치 ▲공공기관 전기차 충전요금 50% 인하 ▲역사문화관광특구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승우 “청주 동남권 교통인프라 확충”
국민의힘 서승우 후보는 3일 정오 무렵 청주 상당구에 있는 효성병원 건강검진센터를 찾았다. 병원 밖 주차장에선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하는 ‘무료 점심’ 급식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300여명의 주민들이 줄을 서 점심을 먹었다. 서 후보는 빨간 점퍼 차림으로 급식대에서 주민들에게 수저를 나눠주며 “어르신, 점심 맛있게 잡수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며 “반찬이 맛있게 나왔네요. 식사 잘 하세요”라며 인사를 했다. 식사를 하던 주민들은 “힘내서 열심히 해”라고 격려했고, 일부는 “서승우! 서승우!”라고 외쳤다. 한 70대 남성은 “(서 후보가 당선되면) 초선이긴 하지만, 열심히 잘 할 것 같아”라고 말했다.
서 후보는 기자와 만나 “이번 선거는 정부 심판이 아니라, ‘거대 야당’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대 야당이 우리 정부의 발목을 잡고,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가 발전, 민생 안정을 추진할 수 있는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 후보는 본인의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상당구 지역을 통과하는 ‘충청권 광역철도(CTX) 2호선 추진'을 들었다. 그는 “현재 상당구는 상대적으로 교통 여건 등이 낙후돼 있다”며 “(이미 확정된) CTX 1호선에 2호선까지 연결되면 충청권도 ‘메가 시티’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구에 대타로 왔다’는 비판에 대해선 “저는 상당구에서 태어나 고교도 나왔고, 충북도청에서도 일했다”며 “대타를 넣을 땐 가장 능력 있고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고 말했다.
서 후보는 CTX 2호선 추진 외에 이번 선거 공약으로 ▲청주 상당복합터미널 조성 ▲청년디지털센터 구축 ▲교육발전특구 조성 ▲소상공인 전용 전기요금제 마련 등을 내걸었다.
◇지지율 차,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져
이 후보의 지지율은 당초 서 후보에 여유롭게 앞서다가, 최근 맹추격을 받고있다. 정우택 의원 공천이 취소된 직후인 지난달 15~16일 충북 지역 신문·방송사 6곳(충북일보·동양일보·중부매일· CJB청주방송·청주KBS·충북MBC)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무선전화면접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 지지율은 50%로 서 후보(30%)를 20%포인트나 앞섰다.
그러나 10일 뒤인 지난달 25~26일 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 후보 지지율이 40.2%로 이 후보(43.2%)를 오차범위 안으로 따라잡았다. 또 KBS청주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30일 100%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이 후보(42%)와 서 후보(34%)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나왔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송상호 녹색정의당 후보와 우근헌 무소속 후보도 이 지역구에서 출마했다. 송 후보는 민간 소각장의 단계적 이전과 LNG 발전소 설립 중단 등 공약을 내걸었다. 우 후보는 공개적인 공약 발표 없이 바닥 표심잡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