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갑은 전통적으로 여권의 텃밭이지만,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가 당선됐고 이번에 재선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정치 신인인 김혜란 후보가 출마했다. 두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허 후보는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학생 운동권 출신이다. 고(故) 김근태 의원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국민의힘 김 후보는 판사 출신 변호사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을 지냈다. 판사 시절 서울중앙지법과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허영 “‘정권 심판론' 강원까지 올라와”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는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아침 7시 30분 춘천시 퇴계동에 있는 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오전 9시 30분쯤엔 온의동 남부노인복지관을 찾아 사전투표를 마쳤다. 허 후보는 사전투표 하러 가는 길에 마주치는 시민들 한 명 한 명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다가와 손을 잡고 “고생하십니다”라고 격려했다. 허 후보의 가슴엔 ‘투표하면 국민이 이깁니다’라고 적힌 브로치가 달려 있었다.
허 후보는 투표를 마친 뒤 유세차량에 올라 춘천시 효자동과 옥천동 등 일대를 돌며 ‘사전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그는 차량 위에서 “오늘이 4월 5일 식목일”이라며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새싹이 다시금 푸르러질 수 있도록 사전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시민은 차창을 내리고 그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허 후보를 지지한다는 70대 최모씨는 “여느 국회의원과 달리 당선 됐다고 거만해지지 않고, 항상 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맘에 든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기자와 만나 이번 선거에 대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라며 “제가 지역 어르신들을 만나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잘할 줄 알았는데 너무 독불장군'이라는 민심이 있다. 이번 총선 통해서 국정 운영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강원도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보다 7~8%포인트 정도 낮은데, 지금은 거의 비등해졌다”며 “수도권의 ‘정권 심판론’이 강원도까지 올라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핵심적인 지역 공약으로 ‘호수 국가정원 조성’을 들었다. 그는 “(전남에) 순천만 국가정원이 있지만, 그곳은 좀 인공미가 가미된 정원”이라며 “그와 차별화되게 정원 산업과 연계된 국가정원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일자리도 많이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허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호수국가정원 조성 외에 ▲ 춘천 축구전용경기장 건립 ▲ 기업혁신파크 조성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혜란 “난 선량한 시민, 애 엄마, 법조인”
국민의힘 김혜란 후보는 이날 아침 7시부터 춘천시 석사동에 있는 호반체육관, 석사사거리 등지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어 오전 9시 30분에 춘천시보훈회관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춘천여고 장학회 행사 등에 참가했다. 오후 3시 무렵엔 춘천시 중앙로에 있는 중앙시장 골목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중앙시장 상인들은 빨간 바람막이와 청바지 차림의 김 후보를 보자 “아이고, 왔어”라며 반가워 했다. 춘천 태생의 김 후보는 “춘천의 맏딸이에요. 선거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며 허리를 굽혔다. 그가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가게 사장은 그를 부둥켜안으며 “꼭 이겨야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중년 남성은 김 후보가 “사전투표 하셨어요?”라고 묻자, “벌써 2번 찍었어”라고 씩 웃었다. 한 분식집은 ‘식혜 냉장고에 있어요’라는 안내판 위에 김 후보의 명함을 붙여놓기도 했다.
청과물 가게에서 만난 한 고령의 여성은 김 후보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목에 걸고 장을 보고 있었다. 김 후보의 춘천여고 선배라,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여성은 걱정스런 목소리로 김 후보에게 “거리에 선거 운동원들을 더 배치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기자에게 “이번 선거는, 범죄자들로부터 선량한 시민들을 지키는 선거”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범죄 전력이나 혐의가 있는 민주당 후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에 대해 “양심이 떳떳한 선량한 시민이고, 애 엄마이자 법조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전선거를 수개표하기 때문에, 시민 분들이 망설이지 말고 많이 참여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장 핵심적인 지역 공약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춘천분원 유치’를 들었다. 현재 춘천 중앙로에 있는 강원도청이 춘천시 동내면으로 옮겨갈 예정인데, 비워지는 원래 부지에 국립 미술관을 대신 세우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도청 부지는) 춘천시민들이 다 사랑하는 공간”이라며 “이곳에 마구 도시개발이 되기 전에 공공 기관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이외에도 ▲ 군부대 이전 부지 저궤도 위성사업·ESG 플랫폼 사업 유치 ▲ 교육특구 도시·건강복지도시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 접전
현재 두 후보 지지율은 접전 양상을 보인다. 한국갤럽이 MS투데이 의뢰를 받아 지난달 31일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허 후보(46%)와 국민의힘 김 후보(41%)의 지지율은 오차범위(±4.4%p) 내 차이를 보였다. 다만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45%)이 더불어민주당(33%)을 상당한 차이로 앞섰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이 지역구엔 새로운미래 조일현 후보와 무소속 오정규 후보도 출마했다. 조 후보는 세계적 관광휴양도시 조성, 오 후보는 춘천과학기술원 유치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