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5일 경기 안산시 해양동 행정복지센터.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장성민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한 안산갑에 위치한 사전투표소로, 오전부터 주민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안산갑 선거구가 생긴 1996년 15대 총선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이 단 한 번(18대 총선)을 제외하고 모두 승리한 야당의 대표적 수도권 텃밭이다. 원적지가 호남 출신인 주민도 절반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 후보의 11억 불법 대출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지역 민심도 복잡한 듯했다. 이모(63)씨는 “양 후보에 대한 논란으로 동네가 좋지 않게 주목을 받고,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가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정권 심판’ 주장에 동의해 양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문모(80)씨는 “양 후보를 찍었다. 정치인에 관한 논란이야 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중년 남성은 “현 정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투표 선호를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논란이 투표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 이도 있었다. 김모(68)씨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해 일부 몇 번을 제외하곤 쭉 민주당에 투표했다”면서 “정치인은 모범이 돼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양 후보에게) 실망했다.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해 장 후보를 택했다”고 했다. 정모(74)씨는 “당보다는 인물 중심 투표를 해왔다”며 “이번 양 후보 논란은 영 아니다 싶었다”고 했다.
안산에서 20년 넘게 거주 중인 송모(67)씨는 “지역 주민으로서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양 후보가 안산에 대해 지저분하고 장난질 잘하는 동네라고 말했다’고 전한 기사를 봤다”며 “양 후보가 당선되면 바깥에서 우리 동네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라고 했다.
이날 오후 안산갑 일대는 다른 선거구에 비해 조용했다. 양 후보는 각종 논란으로 유세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후보도 몸을 최대한 낮추고 도로 청소와 나 홀로 거리 인사 등 조용한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60대 남성은 “20년쯤 거주 중인데 그간 본 대선, 총선 중에 가장 조용하다”고 했다.
후보자들의 고향도 일부 영향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호남 출신이 많은 곳인데 양 후보는 경남 통영 출신으로 경남에서 국회의원 선거와 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었다. 반면 여당 후보인 장 후보는 전남 고흥 출신이다. 장 후보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표가 움직이고 있다”고 했지만, 민주당에선 “장 후보의 희망사항”이라고 했다.
지난 2월 29일 선거구 획정 후 안산갑 여론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양 후보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검사 독재 정권을 심판하자는 여론이 태풍처럼 한반도를 휩쓸고 있다”고 적었다. 장 후보는 이날 사전투표를 마치고 “이번 선거는 범죄 독재 정당에 대한 심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