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전재수 의원 블로그

“아무리 센 사람이 와봐야, 선거 때만 며칠 빨딱 고개 내밀어가지고는 아무리 잘해도 전재수한테 경쟁이 안 돼요. 솔직히 내가 서병수를 찍었어도 하는 소리라. 해봐야 안 된다 이거야.”

부산 북구에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손영원(69)씨는 지난 13일 “전재수가 100% 될 줄 알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총선 부산 지역구 18곳 중 17곳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 ‘생환’에 성공한 사람은 북구 갑 현역 국회의원인 전재수(53) 당선자뿐이다. 전 당선자는 국민의힘 5선 중진으로 부산시장을 지내기도 한 서병수 후보를 52.31% 대 46.67%, 4698표(5.64%포인트) 차로 이기고 3선에 성공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전 당선자의 승리가 전적으로 그의 ‘개인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은 민주당에는 대표적인 험지다. 지난 대선 부산 북·강서구갑(현 북구갑)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57.6%를 득표해 민주당 이재명(38.6%) 후보를 크게 앞섰다. 지난 3월 31일~4월 2일 MBN·매일경제 의뢰로 넥스트리서치가 시행한 북갑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0%로 국민의힘 39%와 거의 같았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 전 당선자를 찍겠다고 답한 북갑 주민은 56%에 달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래픽=정인성

◇조기 축구에 동네 제사도 챙긴다

비결은 그의 20년간 계속된 치열한 ‘지역구 관리’다. 부산에 출마했던 이언주 전 의원은 과거 “부산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방법은 두 가지”라며 “김무성처럼 하든가, 전재수처럼 하든가”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조직, 전 당선자는 ‘발’이란 것이다.

전 당선자 지역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재수가 늘상 보인다”고 했다. 전 당선자는 북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고, 서울에 거주지를 두는 경우가 많은 다른 의원들과 달리 지금도 북구에 산다. 전 당선자의 지역 사무소 관계자는 “전 당선자가 시간만 나면 혼자 주민들을 만나러 다닌다”며 “우리도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덕천동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남모(64)씨는 “전 의원은 여기 서민 아니냐”며 “‘아이고, 누님 점심 하셨습니까?’ ‘형님, 식사하셨습니까?’ 하면서 밑바닥을 싹 훑고 다닌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조유나(58)씨는 “전 의원은 항상 여기 있다. 어른들이고 젊은 사람이고 손잡고 얘기하고 사진 찍는데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지난 2022년 8월 지역구에서 주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전 의원은 이번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부산에서 당선돼 3선에 올랐다. /전재수 의원 페이스북

북구에 사는 50대 택시 기사 전모씨는 지역 택시 기사들의 축구 동호회 행사 때마다 전 당선자가 찾아오기 시작한 지가 10년째라고 전했다. “국회의원 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하는 게 한결같아예. 행사 때마다 와서 ‘형님’ 하는데, 몇 년 됐다고 고개 뻣뻣해지고 그러는 게 하나도 없어예.” 구포동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정일구(71)씨는 동네 주민 60여 명과 함께 매년 당산제(堂山祭)를 지내는데 전 당선자가 올 정월대보름 전날에도 자정에 맞춰 찾아왔다고 했다. “우리가 제사 지내고 떡국 해먹고 막걸리 한잔하고 그러는데, 그 양반이 와서 심부름하고 같이 술 한잔 하고 가니까 와 닿지요.” 정씨는 “전 당선자는 초등학교 앞에 가서 학생들한테도 인사를 한다”며 “애들도 전재수를 안다”고 했다.

전 당선자의 지역구였던 북·강서구갑은 이번 총선 직전 선거구 조정으로 북구갑으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전 당선자가 어릴 적 살았던 만덕1동이 북구을로 떨어져 나갔다. 전 당선자는 자기에게 표를 줄 수 없게 된 만덕1동 주민들에게도 인사를 다녔다. 전 당선자는 걸려오는 모든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반드시 답장을 한다고 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전 의원과 ‘형님’ ‘동생’ 하는 사람만 수천 명일 것”이라며 “‘북구에선 마누라가 집 나가도 전재수한테 전화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지자인 구포시장 상인 유모(59)씨는 “그분이 워낙 인성이 좋아서 되는 것”이라며 “민주당만 아니었으면 나도 무조건 전재수 찍었다”고 했다.

지난 7일 오후 부산 구포시장에서 유권자와 대화하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연합뉴스

◇통·반장처럼 동네 공약 챙겨

전 당선자가 인사만 다니는 것은 아니다. 전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공약 이행률 98%’를 내세웠다. 전 당선자의 의원실은 매일 아침 회의마다 공약 이행 상황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원씨는 “국회의원이라고 해봤자 자기 지역구 예산이 뭐뭐가 있는지 전부 다 아는 사람이 있나? 없다. 그런데 전재수는 그걸 다 안다”며 “전재수 사무실 앞에 가봐라. 큰 현수막에 하나하나 다 쓰여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런 거 아는 다른 국회의원이 있나. ‘폼’ 잡으려고 서울 올라가기 바쁘지”라고 했다.

몇 번의 총선에서 경쟁 후보들은 전 당선자에 대해 “자잘한 공약들만 내걸고 달성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구포시장 상인 60대 박모씨는 “’전재수가 다른 사람이 해놓은 걸 갖고 마지막에 와서 성과 한번 낸 것밖에 더 있느냐’고 하는데, 그만큼도 못 하는 정치인이 얼마나 많습니까”라고 했다. 전 당선자에게 투표했다는 황모(74)씨는 “부산에서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지역구가 텃밭이라고 선거 끝나고 돌아서면 안 된다”라며 “수시로 내려와서 통·반장처럼 해야 한다”고 했다.

◇때론 당과도 거리

지난해 6월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미·중 경쟁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오판”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하자 전 당선자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훼손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은 눈치만 보던 상황이었다. 그는 2022년 대선 직후 이 대표가 2억원대 방산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을 때에도 “지지했던 숱한 사람들이 뉴스도 못 보고 널브러져 있는데, 혼자 정신 차리고 주식 거래를 한다?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 내 반발에도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 중앙당 인사들의 지지 방문도 고사하고 철저하게 ‘나 홀로 선거’ 전략을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