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뉴스1

조국혁신당은 4·10 총선 비례 정당 투표에서 687만4278표(24.6%)를 득표, 12석을 얻었다. 지난 3월 3일 창당 한 달여 만에 22대 국회 원내 3당이 됐다.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피고인’ 조국 대표가 올 초 신당을 추진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결과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사실상 ‘조국 1인 정당’이 4분의 1 가까운 선택을 받자 정치권 일각에선 “쇼크” “국가 도덕의 위기”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본지는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을 지지한 각계각층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려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신뢰할 수 없어서 ▲조 대표의 외모·자세·화술 등이 매력적이어서 찍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조국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미 죗값을 치렀다”는 등 사실관계를 혼동하기도 했다. 조국 대표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아 실제 수감된 적은 없다. 일부 사실관계 오류와 거친 표현들이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 이해를 위해 이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한다.

그래픽=김현국

“조국 본인과 아내는 유죄가 나왔고 딸은 의사 면허를 반납했다. 사람들은 ‘조국 사태’ 5년이 지나면서 마음도 누그러졌다. 주변 강남 학부모들도 대체로 그렇다. 반면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수사도 제대로 받지 않는 것 같다. 조국 내로남불은 처벌받았는데, 그럼 윤석열 내로남불은 뭐냐는 것이다.”<서울 강남구 거주 치과 의사 한모(45)씨>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다. 그런데 윤석열은 조국과 비교해서 뭐가 다른가. 아내와 관련해 온갖 혐의가 쏟아지는데 ‘공정과 상식’ 외치던 사람이 검찰 권력으로 수사 못 하게 찍어 누르는 인상이다. 내가 기소장에 쓰면 피의자고 안 쓰면 무죄라는 검사적 발상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재명이 범죄자라며 당장 잡아넣을 듯 얘기하더니 끝끝내 안 잡아넣는다. 그러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런 검사 정치나 하는 윤석열 술맛 떨어지라고 조국혁신당 찍었다.”<공무원 A(44)씨>

“조국 일가 정도의 ‘입시 비리’는 강남에서 ‘쉬쉬’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한 가족을 패가망신, 멸문지화까지 몰아가는 모습에 동정심을 느꼈다.”<서울 송파구 거주 대학생 강윤호(23)씨>

“조국 본인은 서울대 교수직 잃고, 아내는 감옥 가고, 딸도 고졸 됐다. 가족이 죗값을 치렀다고 느낀다. 같은 잣대로 윤석열·한동훈 털면 무사하겠나. 최소한 김건희 소환 조사는 받아야지.”<은행원 김모(45)씨>

“채모 상병 순직, 이종섭 대사 도주 논란에 군필 20대 남성들 집단적으로 분노했다. 조국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윤석열 일가는 더 비호감이었다. 가장 효과적 심판 수단으로 조국혁신당 선택.”<대학생 박준화(27)씨>

“조국 가족은 몇 년 동안 검찰에 끈질기게 괴롭힘을 당했다. 딸 일기장까지 터는 수사는 공정하지도 않고 상식에도 어긋난다.”<강원 강릉 거주 직장인 한모(39)씨>

“‘공정과 상식’ 외친 윤석열·한동훈의 온갖 가족 의혹·논란에 화가 났다. 딱 조국 정도의 수사를 한번 받아보라는 마음으로 찍었다.”<전남 광양 거주 조준익(57)씨>

그래픽=김현국

“민주당이 친북 진보당과 손잡고 ‘비명횡사’ 공천 하면서 이재명 경쟁자 다 제거하는 모습에 실망했다. 원래 민주당 지지자였기에 그렇다고 이준석·이낙연을 찍을 수도 없었다. 조국이 가장 합리적인 제3의 선택이었다.”<경기 용인 거주 대기업 연구원 김재성(49)씨>

“일부 이재명 지지자는 기성 사회에 대한 피해의식·열등감이 너무 강하고 지나치게 급진적이다. 민주당에 몰아주면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가 될 것 같더라. 조국 대표는 정치 철학이나 정책 얘기 들어보면 온건하고 상식적이다.”<서울 소재 의대생 강모(21)씨>

“대통령 되겠다는 이재명, 180석을 2년 가까이 쥐고도 제대로 한 게 없고 역풍만 두려워했다. 조국은 중도층 눈치 보지 않고 검찰 개혁은 확실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서울 강북구 거주 회사원 이정재(49)씨>

“이재명으로 가면 다음 대선 질 것 같아서 조국을 선택했다. 이재명은 전과 4범, 막말, 사기꾼 이미지에 인상이 안 좋다.”<서울 거주 직장인 이유경(49)씨>

“민주당은 이제 지킬 게 너무 많은 기득권 정당이 됐다. 진보 정당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조국당이 정권 견제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대전 서구 거주 자영업 임모(55)씨>

“민주당도 윤석열과 함께 국민을 각자도생으로 몰아넣었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 이재명은 본인이 안고 있는 문제나 스캔들 탓인지 항상 예민해 보이고 국정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서울 강북구 거주 개신교 목회자 이모(52)씨>

“이재명이 민주당을 완전히 다른 당으로 만들었다. 진정한 친노·친문 후계자는 이재명이 아니라 조국이다. 사법 리스크로 이재명 날아가면 그 빈자리를 조국이 채워줬으면 하는 마음에 지지했다.”<인천 거주 대학원생 심현규(27)씨>

“유세 때 말하는 것 보니 조국이 신언서판(身言書判) 가장 번듯하더라. 양안 문제 등 국제 현안 발언도 가장 상식적이었다. 조국 연설 들어보면 이재명·한동훈은 상대가 안 된다. 사람 자체는 인물은 인물이다.” <서울 서초구 거주 대학 명예교수 정모(67)씨>

“정치인들은 아저씨·할아버지 같아서 고리타분한데, 조국은 연예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매력을 준다. 무능하지 않고 보편타당한 상식을 갖췄으며, 민주주의를 훼손할 것 같지도 않았다.”<서울 거주 민주당 지지자 이정미(56)씨>

“조국 태도를 보면 위선이나 가식은 기성 정치인보다 덜한 것 같다. 출중한 외모도 외모지만, 사람이 비겁하진 않은 것 같았다. 연설을 쭉 들어보면 담백한 매력은 있더라.”<서울 용산구 거주 주부 윤지은(39)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