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주 중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에 나선다. 이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을 비롯해 의정 갈등 문제와 국무총리 후임 인선 등이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과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이 만나 영수회담 시기와 의제 등을 두고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우선 의제로는 ‘민생’ 문제가 제안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그간 민생 고통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 취임 이후 8차례나 회동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 민생 문제에서부터 양측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총선 기간 주장한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 회복 지원금 수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원금에는 총 13조원 규모의 예산 투입이 필요한데, 민주당은 정부·여당에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현금 살포식 지원’에 부정적인 만큼, 대상을 일부 축소하거나 지원금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21일 “두 사람 만남이 사진만 찍고 끝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성과를 보여주는 게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민주당도 조금 양보하고 대통령실도 국민에게 뭐라도 내놓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 해결책과 전세 사기 특별법, 양곡관리법 등 민생 관련 현안들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이 결정된 이후인 지난 19일 유튜브를 통해 “민생 개선책, 제도 개혁, 개헌 문제도 최대한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개헌 문제와 관련해 이 대표 측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논의가 필요하긴 한데, 의제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국무총리 인사 추천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대표 측은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했다. 총리 인준의 경우 ‘국회 과반 출석 및 과반 찬성’이 필요해 제1당인 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친명 진영에선 최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기용설이 제기된 데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영선 총리설? 만약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홍준표 (대구시장을) 빼내가서 민주당 상임고문 시키겠다면 OK 하겠는가?”라고 했다. 당내에선 “보수 언론이 띄우는 정치인을 의심하라”(김진애 전 의원)며 박 전 장관을 공개 비판하는 주장도 나왔다. 이 대표 역시 “협치를 빙자한 협공에 농락당할 만큼 민주당이 어리석지 않다”고 반발했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특정인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협치형 인선을 한다면서 야당에 물어보지도 않고 정하려는 대통령실 태도에 반감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법’ 등을 의제로 던질지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강성 성향 인사들은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특검법 수용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생 현안은 물론 채 상병 특검,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한 논의도 가감 없이 국민께 보여드리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협치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의제에서 빠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친명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어차피 특검 정국 주도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게 맞기 때문에 굳이 첫 만남에서 신경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편 여당 내에선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은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선에서 대승한 야당의 25만원 전 국민 지급과 같은 현금 살포식 포퓰리즘 공약을 맥없이 뒤따라가는 것은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일”이라고 했다. 민생과는 무관한 일종의 당선 사례금 아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