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선 당선자는 4·10 총선에서 민주당 출신으로는 처음 울산 동구에 깃발을 꽂았다. 울산 동구는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아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내리 5선(13~17대)을 한 곳으로, 민주당에서 험지로 꼽힌다. 그렇지만 노조 영향력이 강해 선거 때마다 노조 출신 좌파계열 정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 간의 단일화 이슈가 불거져왔다. 4년 전 선거에선 민주당과 민중당 표가 갈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당선됐고, 이번 선거도 민주당과 노동당 후보가 각각 출마해 3자 구도로 치러졌으나 김 당선자가 0.68%포인트(568표) 격차로 승리했다.
김 당선자는 25일 본지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현대중공업 작업복 입고 32년을 일하셨다. 그 월급으로 제가 초·중·고에 대학·대학원까지 나올 수 있었다”며 “나야말로 현대중공업의 아들”이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를 보며 노동의 가치를 몸소 느꼈고, 자식인 제가 그 노동의 혜택을 입었다”며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이루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울산은 민주당 약세 지역 아닌가.
“울산은 누가 보더라도 국민의힘 안방이지만, 울산 동구는 진보개혁 세력이 55~60% 포진해 있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하는데 노동계(노동당 후보)를 찍으면 사표가 된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이재명 대표가 두 차례나 지원 유세에 오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격려 방문을 해 주신 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부·울·경 성적은 나쁘다.
“‘샤이보수’가 막판에 결집했다. 그러나 부·울·경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본다. 워낙 민주당 후보 당선이 어렵다 보니 우리 지지층 사이에 ‘어차피 안 돼’라는 패배감이 있는데, 이번 총선 여론조사에서 이기는 결과도 여럿 나온 게 사실이다. 당원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
-울산 동구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대전에서 태어났지만, 1980년 아버지가 현대중공업에 취업하시면서 그때부터 쭉 울산 동구에서 살았다. 그 당시 현대중공업은 작업은 힘들었지만 임금은 많이 주는 편이어서, 그 돈으로 제가 동구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대학교·대학원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주는 월급으로 다니고 용돈도 받았다. 유세 때도 ‘제가 현대중공업의 아들입니다’라고 하고 다녔다. 늘 국민의힘과 진보정당에 밀려 3당 신세였던 울산에서 민주당도 된다는 꿈을 이루고 싶었다.”
-아버지가 당선을 기뻐할 것 같다.
“저희 아버지는 결혼식, 장례식, 그리고 친척들 모일 때도 늘 깨끗한 현대중공업 작업복을 입고 가셨다. 제가 삼촌이라고 불렀던 아버지 동료분도 작업복 입고 선보러 나가셨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자부심이 컸던 회사였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진 거 같아서 안타깝다.”
-노사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한다고 보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지고, 하청이 많이 생기면서 노사분규가 극단으로 치닫기도 하는데, 그 부분을 돌파해낼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사가 대치가 아닌 상생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노조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측이 무분별하게 손배소 청구하는 것을 막는 의미에서 노란봉투법은 통과돼야 한다. ”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사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은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받아줬으면 한다. 부자감세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수도권엔 70억~80억원짜리 아파트도 있다고 하는데, 울산엔 제일 비싼 아파트가 11억~12억원인 정도다. 지방 의원으로서 그런 분들의 종부세와 법인세를 깎아주는 게 국민 민심에 부합한다고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