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 코로나 확진 격리자 사전투표가 실시된 2022년 3월 5일, 선관위의 준비 부족과 부실 관리로 전국 곳곳서 큰 혼란이 벌어졌다. 투표 용지를 소쿠리 등으로 운반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간 ‘자녀 채용 비리’ ‘소쿠리 투표’ 논란 등 선거 관리 업무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감사원으로부터 이에 관한 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감사원은 선거 관리 업무도 감사원 감사 대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 기구’임을 내세워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맞선다. 헌법 97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 조항의 ‘행정기관’ 범주에 자기들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선 정부(4장)와 선거 관리(7장) 항목이 나뉘어 있다. 국가 통치권에 민주적 정통성을 부여하는 선거 사무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정치 세력의 부당한 선거 개입을 막기 위해 선거와 투표·정당 사무를 정부의 일반적 행정 업무에서 떼어내 선관위에 맡긴 측면이 있다. 이를 근거로 선관위는 선거 사무가 일반 행정과는 구별되고, 따라서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를 편다.

반면 2022년 대선 소쿠리 투표 논란 때 감사원은 “선거 관리 업무도 감사 대상”이라며 선관위에 투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 기구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맞섰고 결국 이 부분에 대한 감사는 불발됐다.

사실 선관위는 감사원으로부터 선거 관리 업무를 제외한 영역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감사를 받아 왔다. 그런데 지난해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선관위원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당시 선관위는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며,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인사 감사의 대상도 아니므로 감사원의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데 위원들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 선관위가 원천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받아내겠다는 것으로, 이제까지 감사원으로부터 받아온 감사도 부당한 것이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시 여론이 악화하자 선관위는 채용 특혜에 한해 감사를 받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이번에 감사원의 선관위 채용 비리 관련 감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