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후반기 국회의원들이 2022년 9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400-1차 본회의 개회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스1

국회의원들이 임기 말에 불요불급한 해외 출장을 나랏돈으로 다녀오는 관행이 21대 국회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4·10 총선 다음 날부터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이달 29일까지 49일간 의원들이 다녀왔거나 앞으로 갈 해외 출장이 최소 15건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의원 296명 가운데 57명(19.3%)이 한 번 이상 해외 출장을 간다.

이 15차례 해외 출장에 들어가는 나랏돈은 2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개로 올해 1월부터 총선 전까지도 의원 41명이 해외 출장을 12건 다녀왔고, 여기에 이미 20억8517만원이 들어갔다. ‘의원 외교’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국회 안팎에서 ‘졸업 여행’ ‘말년 휴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는 올해 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위한 예산을 역대 최다인 202억7600만원 잡아놓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활동가들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21대 국회의원 해외출장 심사 실태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그러나 21대 국회는 정작 기본 업무인 입법에선 최악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21대 국회가 문을 연 2020년 5월부터 이날까지 4년간 법안 2만5830건이 발의됐지만, 이 가운데 9454건(36.6%)만이 처리됐고, 나머지 1만6376건은 미처리 상태다. 의원들이 해당 안건을 가결할지, 부결할지, 다른 법안에 병합해 처리할지에 관해 아무 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19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41.7%였고, 역대 최악이었던 20대 국회가 36.4%였다.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하고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한 법안들까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3건은 국회 상임위에 2년 넘게 계류돼 있다. 이 법의 입법이 미뤄지면 한빛·고리 원전은 2031년, 한울 원전은 2032년부터 방사성 폐기물을 임시 저장조차 할 수 없게 돼, 멀쩡한 원전의 가동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