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한 달을 넘기면서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일본발 ‘라인 야후 사태’를 고리로 반일(反日)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내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해병대원 특검법’을 수용하라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도 열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상황이 “박근혜 탄핵 때보다 심각하다”며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죽창가 타령이 또 시작됐다”며 반발했으나, 민주당에선 “역풍론이 설 자리는 없다”며 강공을 예고했다.
휴식 겸 신병 치료차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1일 새벽 페이스북에, 라인 야후에 지분 재조정을 요구한 일본 총무성의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이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라는 보도를 거론하며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에?”라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6시간 뒤엔 거듭 “이토 히로부미: 조선 영토 침탈, 이토 히로부미 손자: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침탈, 조선 대한민국 정부: 멍~”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전날엔 행정안전부의 민방위 교육 영상에 독도가 일본 땅으로 표기된 자료 화면이 사용됐다는 보도를 공유하며 “실수일까?”라고 썼다. 정부가 라인 야후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이토의 손자라고 언급한 다케아키 총무상은 이토의 외고손자다.
민주당도 당 차원에서 라인 사태를 정치 쟁점화하며 정부를 향해 반일 프레임을 거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12일 국회 브리핑에서 “정부와 여당이 일본 정부의 강탈 행위를 계속 수수방관한다면 친일을 넘어 매국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과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이용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라인 강탈 시도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 외교가 얼마나 무서운 대가를 가져오는지, 뼈아픈 교훈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과방위·외통위를 비롯한 관련 상임위를 소집해 정부 대책을 점검하고, 일본 정부에 강력 항의 뜻을 전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13일 독도를 찾아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과 관련해선 범야권 연대를 통한 대여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정의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등 6개 야당은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윤 대통령의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22대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발의할 경우엔, 법안에 대통령을 특검 대상으로 명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2대 민주당의 ‘1호 법안’으로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발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발의하겠다는 압박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특검을 통해 윤 대통령의 관여가 확인되면 탄핵 사유”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2일 공개된 뉴시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도 국가의 기본적인 기능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 민생, 외교, 평화, 국민 안전 어떤 것도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16년 탄핵할 때도 야 4당 합쳐서 170석밖에 안 됐지만, 탄핵 의결을 했을 때는 234표나 찬성이 나왔다”며 “국민의 경고나 심판에 아무런 반응이 없고, 그 절차가 누적된다면 특정한 날에 임계치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사석에서 “지금 의석수와 야권 내 분위기를 봤을 때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탄핵이 가능하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최근 새로 꾸려진 민주당 원내 지도부도 그동안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온 강성 인사들로 채워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그간 당내 일부에서 국민의힘 주장에 동조해 ‘역풍론’을 거론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더 이상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 민심에 따라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