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를 관저로 초대해 만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이 여권 지도부와 만난 것은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과 국회 및 당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특검법 공세를 앞두고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여권 내부를 추스르는 자리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만찬은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 외에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황 위원장을 비롯해 이날 정식 임명된 엄태영·유상범·전주혜·김용태 비대위원, 당연직 비대위원인 추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새로 임명된 성일종 사무총장, 배준영 원내 수석 부대표, 조은희 비대위원장 비서실장도 배석했다. 참석자들은 만찬과 함께 맥주를 곁들였다고 한다 .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민의힘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자마자 곧바로 대통령 초청으로 만찬을 개최한 것은 국정 현안, 특히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당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당정이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은 만찬 내내 당 지도부의 의견을 경청했으며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잘 새겨서 국정 운영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황 위원장 역시 “전당대회 준비 등 당 현안을 차질 없이 챙기는 한편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당정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참석자들은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만남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있었던 선거 캠페인과 개인적 일화 등을 화제로 삼아 총선을 치른 의원들의 노고를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 정책도 대화 테이블에 올라왔다고 한다. 다만 야당에 대한 비판적 언급보다는 협치 중요성이 강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상범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야당 의원들과 적극적인 대화의 필요성을 제안했고 대통령께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전주혜 위원에 대해서는 격려 말씀이 있었고 (비윤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위원에 대해서는 애정을 보인 부분도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황 위원장은 비대위 당면 과제인 차기 전당대회와 관련 “당의 총의를 모아 잘 준비해 치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참석자들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등 차기 당대표 후보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들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당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국민의힘 새 지도부에 감사를 표하며 향후 당정 관계에서 소통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원내대표 역시 본지에 “앞으로도 오늘 같은 자리를 당이 수시로 대통령실과 할 것이기 때문에 오늘 만찬을 앞두고 별도로 대화 의제를 준비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해병대원 특검법이 이달 말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는 만큼 여당 이탈표를 막기 위한 내부 단합 필요성을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가 이날 공유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추 원내대표는 이달 말 본회의 참석에 대비해 의원들의 해외 출장 일정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황 위원장은 이날 만찬에 앞서 첫 비대위 회의를 주재하고 “국민께서는 우리 당이 하루빨리 환골탈태하는 쇄신을 마치기를 바라고 계신다”며 “야당도 함께 협치를 이루어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현재 우리 의석수가 현저히 모자라는 상황에서 거대 야당에 맞서는 길은 국민의 마음을 얻고 또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