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지난 9일 22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서 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후 언론 인터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취임 후 각종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22대 국회 운영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의힘에선 “추 원내대표가 곧 몰아칠 여야 대치 정국에 대비해 물밑에서 원내 전략 수립에 집중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추 원내대표가 취임 후 공개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13일 있었던 박찬대 원내대표와의 상견례 자리 정도다. 15일 석가탄신일 봉축법요식 등 공식 행사에 간간이 참석했지만 공개 발언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14일에는 국회 상임위별 법안 현황 등 현안을 점검했지만, 오는 29일 끝나는 21대 국회 임기 중 민생 법안 처리 방침과 관련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거야(巨野)의 특검법 밀어붙이기 등 대여(對與) 공세에 맞서 여권의 단일 대오 유지 방안을 짜는 데 집중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再議) 표결이 발등의 불이다.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칠 경우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재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21대 의원 113명 가운데 17명 정도만 이탈하면 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런데 이번 22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공천을 못 받은 국민의힘 의원이 55명이나 된다. 안철수·김웅 의원 등 이미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의원도 여럿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낙선·낙천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며 표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표결에 대비해 의원들의 해외 출장 자제령도 내렸다. 전임 원내대표인 윤재옥 의원도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을 벌이는 등 추 원내대표를 돕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이탈표로 특검법이 가결될 가능성은 작게 보지만 22대 국회에선 더 험난한 상황이 추 원내대표를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석이 108석에 불과한 22대 국회에선 의원 8명만 이탈해도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