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야당(조국혁신당·정의당·새로운미래·개혁신당·기본소득당) 지도부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해병대원(채상병) 특검법 수용 촉구 범야권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남강호 기자

작년 7월 발생한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해 사고 발생의 책임 소재는 경북경찰청이,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현재 진행 중인 경찰과 공수처 수사를 지켜본 뒤 부실 수사 의혹이 있으면 특검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독립된 특검이 수사해야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픽=박상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군이 아닌 민간 사법기관(경찰·공수처)에서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인데, 진실을 왜곡해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 없는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건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후 국민이 ‘봐주기 의혹이 있다’고 하면 그때는 내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하겠다”고 했다. 민간 경찰과, 지난 정권 때 민주당이 주도해 독립 수사기관으로 출범한 공수처가 수사 중인 상황에서 특검을 하자는 것은 정치 공세적 성격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함께 지난 2일 일방 처리한 해병대원 특검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20일 당 회의에서 “총 13번의 특검 중 12번이 여야 합의로 실시됐고, 협의가 되지 않았던 BBK 특검도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합의로 추진됐다”고 했다. 행정부(검찰·경찰)의 권한인 수사권을 국회의 입법으로 독립된 특검에 넘기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의 예외적인 경우라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야당은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사건 은폐와 개입 의혹이 짙다”며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특검이어야만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근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자는 말은 진실을 은폐하자는 말과 같다”며 “과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을 진행한 사례도 여섯 차례나 있었다”고 했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해병대원 특검법에선 대한변협이 특검 후보를 4명 추천하면 민주당이 그중 2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특정 정당이 추천권을 독점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한다.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 드루킹 특검도 같은 방식으로 야당(현 국민의힘)이 추천했다”고 한다. 특검이 수사 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게 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피의사실이 공개돼 정치적 공격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이를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으로 최순실 특검과 드루킹 특검에도 같은 조항이 있다고 반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