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 정점식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강호 기자

21대 국회가 막판까지 정쟁(政爭)으로 치달으면서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들은 사장(死藏)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이들 법안은 28일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했고 21대 국회 임기가 29일로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된다. 28일 민주당이 본회의 직회부를 통해 강행 처리한 ‘민주유공자법’ 등 쟁점 법안과 달리, ‘민생 법안’들은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야 하는데 지금 여야 분위기로는 처리가 물 건너간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28일 “22대 국회 원 구성을 빨리하면 같은 내용의 민생 법안들을 재발의해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럴 거면 왜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대표적 민생 법안으로는 원전 폐기물을 영구적으로 보관·처리할 수 있는 방폐장을 만드는 근거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특별법, 자녀 부양 의무를 제대로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꼽힌다. 미래 먹을거리인 AI 산업 육성 근거인 AI 기본법, 반도체 등 투자 세액 공제를 연장하는 K 칩스법, 육아휴직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모성보호 3법,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한 법관증원법도 있다.

대부분 여야가 원내지도부나 상임위 차원에서 절충안에 합의한 법안들인데도 여전히 소관 상임위에 묶여 있다.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본회의에 재의결하겠다고 하면서 국민의힘이 모든 상임위 회의를 보이콧했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란 게 중론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해병대원 특검법 방어에만 몰두하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특검법과 쟁점 법안에 집중하면서 국회를 극한 대치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은 맞다”면서도 “그럼에도 특검법과 민생 법안은 분리해서 대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이 재표결을 통해 부결된 것과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과 대통령실은 국가 대의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공동운명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특검법이 통과했다면 정부·여당이 받을 정치적 리스크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해병대원 특검법 무산이라는 단기 목표는 달성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