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30일 출범했다. 하지만 개원(開院) 첫날부터 171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해병대원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며 대여(對與)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과 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1박 2일 워크숍을 열고 ‘단일대오’를 다졌다.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야당의 쟁점 법안 강행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맞섰던 여야가 22대 국회 시작부터 대립한 것이다.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 등을 당론 발의하며 여당을 거세게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21대 국회 막판 폐기된 해병대원 특검법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다시 발의했다. 민주당은 또 전 국민에게 민생 회복 지원금을 지급하는 ‘민생 위기 극복 특별법’도 공동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지급액은 이재명 대표가 총선 때 공약한 1인당 25만원에서 25만~35만원으로 오히려 늘렸다.
해병대원 특검법안은 국민의힘이 더 수용하기 어려운 쪽으로 개정됐다. 기존 특검법에선 대한변협이 추천한 특검 후보 4명 중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했지만, 새로 발의한 특검법에선 대한변협 추천을 없애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바로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외압 의혹도 수사 대상에 추가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14번째 거부권 행사까지 나왔는데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 아닌가. 100번째 200번째 거부권도 행사할 것인가”라며 “대통령이 ‘묻지 마 거부권’을 남발한 법안들을 반드시 다시 관철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몽골 기병과 같은 자세로 민생·개혁 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도 이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자녀의 논문 대필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며 관련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충남 천안에서 의원 108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1박 2일 워크숍을 열었다. 더욱 거세진 야당의 공세를 맞닥뜨린 국민의힘에서 이날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단합’이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제일 중요한 화두는 단합과 결속”이라며 “22대 국회 마지막까지 똘똘 뭉쳐야 한다는 정신을 잊지 말자”고 했다. 추 원내대표가 “똘똘”이라고 외치자 의원들은 “뭉치자”를 세 번 외치며 화답했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우리 뒤에는 대통령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강력한 정당”이라고 했다.
저녁에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과 함께 워크숍에 참석해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들 보니까 정말 스트레스가 풀리고 힘이 난다. 지난 대선부터 이번 총선, 어려움도 많았지만 여러분과 국정 현안에서 한 몸이 돼 싸워 왔기 때문에 이렇게 뵈니까 제가 그냥 기분이 좋다”며 “이제 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고 한 몸이 돼서 나라를 지키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여러분과 한 몸으로 뼈가 빠지게 뛰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저녁은 맥주도 놓지 않아야 한다고 했는데 제가 욕 좀 먹겠다”고 말한 후 테이블을 돌며 의원들과 맥주를 함께 했다. “나라를 지키자”는 건배사를 하고 의원들과 일대일 기념촬영도 했다. 이날 만찬장에 윤 대통령이 입장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님, 파이팅”이라고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