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2대 국회 원 구성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임명할 수 있다고 2일 밝혔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배분을 협상 중인 가운데 법안 처리 ‘관문’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장, 대통령실 참모의 국회 출석을 결정하는 운영위원장을 민주당에 주지 않으면, 관례를 깨고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갖겠다는 것이다. 4년 전 21대 국회 개원 직후 당시 여당이자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벌어졌던 ‘입법 폭주’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관례보다 법이 우선”이라며,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상임위원장 배분이) 민주당 11대 국민의힘 7로 되겠지만, 국민의힘이 시간을 허비한다면 표결을 통해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전부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7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겠다고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모든 법안은 원칙적으로 소관 상임위에서 1차로 심의·의결된 뒤 법사위에서 2차로 ‘체계·자구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심사를 통과해야 본회의로 가 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 법사위가 양원제 국가의 상원(上院)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갖지 못하면 법안을 일방 처리하기 어렵다. 상임위 소속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로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방법이 있지만 일방 처리라는 부담이 있다.

이런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18명은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 국회 다수당이 마음만 먹으면 18개 자리를 독차지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상호 견제와 협치를 위해 여야 상황과 의석에 따라 나누는 게 국회 관례였다. 의석 수 기준 1당이 국회의장을 갖고 2당이 법사위원장을 갖는 식으로 안배가 이뤄졌다. 또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원장 자리는 의석 수와 상관없이 여당이 차지했다.

하지만 4·10 총선에서 171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다 갖겠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법사위에 대해선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운영위의 경우 “대통령실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 정책을 관장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갖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맡는 건 1987년 13대 국회 때부터 확립된 관례”라고 했다. 또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도 원내 1당과 2당이 나눠 맡는 게 순리”라며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려면 국민의힘에서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운영위원장, 법사위원장 독식은 민주당의 폭주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상임위 독식을 강행하면 국민의힘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민주당은 2020년 21대 국회에서도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이 지연되자 18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이후 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 인상, 주택 취득세율 인상, ‘임대차 3법’ 등을 일사천리로 강행했다가 ‘입법 독재’라는 비판을 받자 1년 만에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7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