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 후보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내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장 후보-언론현업단체장 방송3법 재입법 등 언론개혁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理事)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 등에 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 영향을 줄인다는 명목을 내걸었지만, 도리어 친야(親野) 성향 단체의 공영방송 장악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는 방송법,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법, EBS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서 이사회 구성, 운영 등을 정하고 있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 11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다. 방통위는 상임위원(위원장 포함) 5인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위원장과 위원 등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각각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위원 다수를 차지한 정부·여당의 의사가 결정적인 구조다. 이사 9명을 방통위가 임명하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EBS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 3법 개정안에선 KBS·MBC·EBS 이사를 각각 21명으로 대폭 늘리고 이사진 임명 전에 추천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사 추천 주체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KBS· MBC는 국회 교섭단체가 의석수 비율에 따라 총 5명을 추천하고, 방통위가 선정한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6명), 시청자위원회(4명),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각각 2명)도 이사 추천권을 갖게 했다. EBS는 학회 추천 몫을 3명으로 하는 대신 교육 관련 단체 추천 2명,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추천 1명을 추가했다.

민주당은 방송 3법 개정 이유와 관련해 “현재는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라며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합리적 운영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친야 성향 단체의 추천권을 키운 기울어진 이사회 구성안”이라고 했다. 이사를 추천하는 학회, 협회 등이 야당 및 친야 성향 언론노조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 74명이 지난 3일 공동 발의한 방송 3법에는 법 공포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한다는 내용의 부칙이 들어갔는데, KBS와 방문진 이사진 임기가 오는 8월 종료되기 전에 법을 개정해 후임 이사 선임 때부터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