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 구성을 위한 법정 시한인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이 텅 비어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상임위 구성 마감 기한으로 이날 밤 12시를 제시했지만 여야는 법사위와 운영위원장을 놓고 협상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1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국회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자기 당 의원으로 선출할 방침이다. 여야의 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이 결렬되면서 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다는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9일 “10일 오전까지 여야 원내 지도부와 협의를 계속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인 우 의장이 결국 민주당 요구대로 의사일정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10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1대 국회에 이어 ‘의회 독재 시즌 2′”라며 “국회 의사일정 자체를 거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22대 국회 초반부터 여야 극한 대치가 예상된다.

여야는 21대 국회처럼 의석수 비율에 따라 민주당이 11개, 국민의힘이 7개 상임위원장직을 맡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양당 모두 운영·법사위원장을 갖겠다고 하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하자는 입장이다. 제1당(민주당)이 국회의장, 제2당(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여당(국민의힘)은 운영위원장을 갖고 가는 것이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도입된 관례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9일 본지에 “여야 협상의 진전은 없는 상태”라며 “국회 관례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국회법에 따라 표결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그게 지난 총선 민의(民意)를 반영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제출했고 10일 이를 통과시킬 예정이다.

민주당이 추천한 11개 상임위원장은 운영위(박찬대), 법제사법위(정청래), 교육위(김영호), 과방위(최민희), 행정안전위(신정훈), 문화체육관광위(전재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어기구), 보건복지위(박주민), 환경노동위(안호영), 국토교통위(맹성규), 예산결산특위(박정) 등이다.

그래픽=송윤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는 것에는 ‘윤석열 대통령 공격’과 ‘이재명 대표 방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모든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에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관련 법안을 민주당 뜻대로 처리하기 위한 목적이란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해병대원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검법도 발의했고 ‘쌍방울 사건’ 수사 검사들에 대한 탄핵도 예고했다. 이 사건으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지난 7일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이 대표도 조만간 기소될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차원에서 민주당은 대통령실 인사를 불러 따질 수 있는 운영위의 위원장을 자기 당 원내대표인 박찬대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전 21대 국회에선 전·후반기 때 각각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들이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반면,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운영위를 쥐고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지키는 데 모든 힘을 썼다”며 “운영위의 문만 굳게 지켰고 법사위에서는 모든 법안을 발목 잡으며 민생을 파탄 내고 국회도 정지시켰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일하는 국회를 위해선 일단 상임위원장을 모두 선출해 상임위가 시작하도록 한 뒤 나중에 협의에 따라 위원장 자리를 내주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