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2일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국회 상임위원회 소집에 반발해 상임위 등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이날 장차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4개 자체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고 상임위 회의를 강행하는 데 맞서 당분간 이런 식의 특위 활동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하지만 압도적 과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국회 독주’를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비정상적인 ‘특위 정치’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 특위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에선 기획재정부 김병환 1차관, 정정훈 세제실장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교육개혁특위도 이날 교육부 이주호 장관과 오석환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 노동특위 회의엔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재난안전특위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국·과장들이 참석했다. 재난안전특위 회의에는 원래 고기동 행안부 차관이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응하느라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상임위 독단 운영에 대응하겠다며 매일 오전 10시 의원총회도 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 정부 고위 인사들을 불러 현안 브리핑도 듣고 있다. 이날은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이 의원총회에서 최근 경제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13일 의원총회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인사가 나와 영일만 석유·가스 시추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의 부당한 국회 독단 운영에 맞서 여당은 정부와 함께 민생 현안을 점검하고 챙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국회가 개원한 상황에서 집권당이 언제까지 상임위 등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고 장외에서 당정 협의만 하고 있을 것이냐”는 자조도 나왔다. 실제로 이날 4개 특위 중 3곳은 국회 본관이 아닌 의원회관 간담회장에서 회의를 열었다. 재정·세제개편 특위의 경우 상임위 회의장 면적의 절반도 안 되는 회의실에 여당 의원과 정부 관계자, 외부 전문가 30여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는 바람에 국민의힘에선 “원외 정당 정책 세미나 같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특위 회의에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긴 하지만, 국회 상임위와 달리 입법 권한은 없다. 또 정부의 주요 정책은 별도의 고위 당정 회의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특위 활동을 두고 “보여주기”란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국회 독주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정부 고위 관료들은 여당 자체 특위와 야당이 단독으로 소집한 상임위 회의 모두에 불려다닐 처지에 놓였다. 민주당은 자기 당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은 11개 상임위별로 회의를 소집해 소관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기로 하고, 만약 부처 장차관들이 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열겠다고 했다. 또 정부 관계자가 상임위 회의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할 방침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정부 고위 관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민주당의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과 회의 소집을 성토할 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 총회를 마친 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상임위는 원초적으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기에 불참한다”면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단독 상임위를 통해 결정하는 법안들이 폭주해서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우리는 대통령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한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다만 민주당이 오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아직 정하지 않은 7개 상임위 위원장으로 국민의힘 의원을 선출하자고 하는 데 대해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본회의) 의사일정을 발표·진행하는 것이야말로 일당 독재적인 발상”이라며 “그것(야당 제안)과 관련해 어떤 얘기도 들은 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