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해병대원 특검법과 방송 3법(방송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강행했다. 야당의 상임위 일방 구성에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이 상임위 회의에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과방위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합의 없이 일방 선출한 것을 백지화해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법안심사1·2소위원회와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 등 4개 소(小)위원회가 구성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법사위원으로 강제 배정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각각 4개 소위 중 한 곳 위원으로도 강제 배정됐고, 4개 소위 모두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이 위원장으로 선출된 법안심사1소위에는 지난 12일 야당이 법사위 전체회의에 단독 상정한 해병대원 특검법안이 회부됐다.
법사위는 또 해병대원 특검법안 입법 청문회를 오는 21일 열기로 하고, 청문회에 12명을 증인·참고인으로 부르기로 의결했다.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법사위는 이어 법무부, 감사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헌법재판소, 대법원, 군사법원 등 6개 기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일정을 진행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불참해, 법무부와 군사법원 업무 보고는 진행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국무위원이) 불출석하거나 불출석할 것으로 예상될 때는 모두 증인으로 의결해서 증언감정법에 따라 처벌하는 절차를 밟겠다”며 “필요한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하겠다”고 했다.
같은 시각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선 방송 3법과 방통위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언론 현업 단체 등에 주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여권은 새로 이사 추천권을 갖게 되는 단체들이 야당과 친야 성향 노조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4인 또는 5인 이상으로 규정하는 것이 주 내용으로, 방통위 위원 5인 중 야당 추천 몫 위원들이 임명되지 않으면 방통위의 안건 의결이 정지된다.
법안은 통상적으로 15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상정되지만, 과방위는 이날 방송 3법과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 숙려 기간을 생략하고 곧바로 심사에 들어가는 안건을 의결했다. 과방위는 또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 청문회를 오는 21일 열기로 하고, 방통위 김홍일 위원장과 조성은 사무처장, 방송정책국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과방위는 이어 오는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방통위원장, 과기정통부 1·2차관과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원자력안전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게 현안 질의를 하겠다며 출석을 요구했다.
이날 과방위 회의에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불참했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지난번 법사위 법안 상정 때는 법무부 장관이 나오지 않더니 오늘 과방위에도 방통위원장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이런 행태는 국회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회의 때부터는 반드시 참석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야당이 상임위에서 현안 법안 심사를 강행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원(院) 구성(국회 상임위 구성)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출석시켜, 남북관계를 둘러싼 최근 정세와 북한의 오물 풍선 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강행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과 위원 선임에서 각종 법안 상정에 이르기까지, 단 하나의 행위에 대해서도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의회 정치 원상 복구는 잘못된 원 구성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지난 원 구성 협상에서 (국민의힘이) 누차 요구했듯, 최소한 법사위·운영위·과방위를 원점으로 돌려놓고 협상에 임해달라”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또 “원내대표 간 여러 대화도 좋지만, 이제 국민 앞에서 협상해 보자”며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원 구성 협상을 주제로 국민 앞에서 공개 토론을 할 것을 제안한다. 어떤 형태로든 환영하며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