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2021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당시 특검이 파악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규모는 8840만회에 달한다. 문 전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에서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기 때문에 중형을 받은 것이다. 법원은 김 전 지사 재판에서 “국민이 직접 그 대표를 선출하고자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는 선거 국면에서 이뤄진 범행이라는 점에서 위법성의 정도가 더 무겁다”고 했다.
복역 중이던 김 전 지사는 2022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사면(형 면제)해 석방됐다. 이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김 전 지사는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차 일시 귀국했다. 그는 14일 다시 출국하며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갈등 조정자가 돼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22대 국회가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시작부터 파행으로 흐른 현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김 전 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될 때, 현장은 “힘내라”며 장미꽃을 던지는 지지자와 “김경수 구속”을 외치는 반대자가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촉발한 진영 갈등은 지금보다 못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김 전 지사는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며 지금까지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신이 촉발한 갈등에 대해 사과 한마디 안 한 사람이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또 ‘정치가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훈수까지 두는 지금의 정치 현실은 정상이 아니다. 다만 사법 리스크를 안은 정치인들이 반성하기보다 오히려 지지층을 방패 삼아 반대 진영을 향해 ‘복수’를 외치는 비정상이 일상화하다 보니 김 전 지사가 거리낌 없이 정치권을 향해 성찰을 요구하는 게 두드러지지 않아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