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에서 열린 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검법 제정을 위한 법제사법위원회 입법 청문회에서 박성재(앞줄 왼쪽부터) 법무부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증인 선서를 거부한 임성근(앞줄 왼쪽에서 넷째)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앞줄 맨 오른쪽) 전 국방부 장관은 자리에 앉아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어 ‘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검법’ 제정을 위한 입법 청문회를 개최했다. 국민의힘은 “권력 남용이자 사법 방해 행위”라며 전원 불참했으나, 민주당은 이 사건 관련 핵심 피의자들을 증인으로 불러내 청문회를 강행했다. 그러나 상당수 증인이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증언을 거부하면서 쟁점 의혹과 관련한 진상은 명확히 가려지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일부 증인들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아 청문회장에서 퇴장시키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밤 청문회를 마치고 해병대원 특검법을 법사위에서 단독으로 가결했다.

그래픽=백형선

이날 청문회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10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채택한 증인 12명 가운데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오후에 화상으로 출석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 가운데 이종섭 전 장관, 신범철 전 차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3명은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이 전 장관은 증언대에 서서 “국회 증언감정법 제3조,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라 증인 선서를 거부한다”고 했다. 현행법상 국회 청문회 등에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형사소추 또는 공소 제기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것이란 염려가 있으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선서) 거부 이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고발하겠다”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선서를 거부했기 때문에 이종섭 전 장관은 증인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질의 내내 그를 ‘이씨’라 불렀다.

야당 의원들은 증인들에게 ‘대통령 격노설’을 집중 추궁했다. 작년 7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후 기초 사실관계를 조사해 임 전 사단장 등을 포함한 8명을 경찰에 과실치사 혐의로 이첩했다가 항명죄로 기소돼 군사재판을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서 이 모든 것이 꼬이고 엉망진창이 됐다”고 했다. 그는 수차례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격노설을 분명히 들었다”고 했다. 애초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를 결재했던 이종섭 전 장관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나’란 윤석열 대통령 격노를 듣고 이첩 보류 지시 등 외압을 가했다는 주장이다.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에게 격노설을 언급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 “공수처에 피의자로 있어 답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이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 당시) 실제 두 번 통화를 했다”면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박 전 수사단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검토하라고 한 뒤의 시점”이라고 했다. 임 전 사단장을 해병대 수사단 이첩 조사 기록에서 빼라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단장을 포함해 경북경찰청에 해병대 수사단에서 조사했던 기록 일체를 그대로 이첩했다”고 했다. 신범철 전 차관은 “차관도 (윤 대통령과) 통화한 게 나오고 있다”는 장경태 의원 질의에 “그건 회수에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신 전 차관은 장 의원이 “대통령이 수사 결과를 회수해 오라고 했느냐”고 거듭 묻자, 답변을 거부했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작년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넘겼던 조사 기록이 다시 국방부로 이첩된 직후 이뤄진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의 통화에 대해 “(임 비서관이) 경북경찰청에서 전화가 올 것이라는 말을 해줬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증인들의 답변 거부와 태도를 문제 삼아 퇴장 명령을 반복했다. 정 위원장은 이시원 전 비서관이 거듭 증언을 거부하자 10분간 퇴장 명령을 내렸다. 임 전 사단장이 자기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자 “위원장이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어디서 그런 버릇을 배웠느냐”라고 호통을 치며 사과를 요구했다. 임 전 사단장이 “그렇게 느끼셨다면 사과하겠다”고 했으나,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며 10분간 퇴장 명령을 내렸다. 이 전 장관도 의원 발언 도중에 끼어든다는 이유로 퇴장당했다. 박지원 의원은 “(복도에서)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날 밤 청문회가 끝나고 정 위원장은 특검법 심사를 위해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남으라고 했지만 박 장관은 “(청문회 이외에) 출석을 요구받은 바가 없다”며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