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면서 25일 국회에서는 22대 개원 이후 처음으로 여야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일부 상임위원회가 열렸다. 하지만 여전히 고성이 오가고 여당 의원이 퇴장하는 파행이 벌어졌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여야 의원들이 황당한 설전을 벌였고, 민주당은 ‘방송 3법’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민주당이 국민의힘 의원에게 위원직 사퇴를 요구해 여당 의원들이 한때 퇴장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여당이 일정에 항의하며 불참해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법사위 회의가 시작하자 여당 간사로 내정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정청래 위원장 앞으로 가서 “여당 간사부터 선임하고 간사 간 합의로 의사일정을 정하자”고 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의사 진행을 방해하지 마라”며 거부했다.
유 의원이 자리로 돌아가지 않자 정 위원장은 유 의원에게 대뜸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정 위원장은 4선, 유 의원은 재선이다. 유 의원이 “위원장 성함은 누구냐”고 되묻자 정 위원장은 “저는 정청래 위원장”이라고 했고, 유 의원은 “저는 유상범 위원”이라고 했다. 유치한 문답에 회의장에선 웃음이 터졌다. 그 뒤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정 위원장은 “의사 진행을 할 수 없는 혼란 상태”라며 회의 시작 6분 만에 정회 선언을 했다.
이후에도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세요”(정청래 위원장),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하지 않았겠어요”(유상범 의원), “고등학교 때 공부 잘했던 걸 환갑이 넘어서 자랑하고 있어요. 한심합니다”(민주당 장경태 의원) 같은 설전이 이어졌다. 정 위원장은 “얻다 대고 반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인사말에서 “존경하고픈 정청래 위원장”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존경할 마음이 없으면 그런 말로 희화화하지 마라”고 했지만, 송 의원은 그 후에도 “존경하고픈”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에게 발언권을 얻고 말하라며 “언제든 경고를 주고, 퇴장도 시킬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여야가 첫 번째로 함께 하는 회의에서 그런 말을 해야 하냐”고 항의하자 정 위원장은 “나도 퇴장시키고 싶겠느냐. 예방적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동안 법사위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드리고 싶은 말씀도 많이 있지만 어찌 됐든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야당은 이날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진을 늘리고 언론 단체 등에 추천권을 주는 내용의 방송 3법,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의 방통위법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 “법안 체계·자구에 문제점이 많다”며 소위에서 법안을 더 심사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법안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고, 정청래 위원장은 표결 및 처리를 강행했다. 여당 의원들은 법안 의결 때 퇴장한 뒤 규탄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과방위에선 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MBC 사장 출신인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MBC와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인 점을 문제 삼아 “사적 이해관계에 의해 과방위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위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 차원에서 퇴장했다가 15분 만에 돌아왔다.
전세 사기 특별법 입법 청문회가 열린 국토위에서도 파행이 빚어졌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협의해 청문회 일정을 다시 잡자”고 요구했지만 거부됐고, 결국 야당 의원들만 박상우 국토부 장관 등을 상대로 청문회를 진행했다. 교육위는 여야 의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의대 증원, 유보 통합 등에 대해 정부 측 업무 보고를 받고 현안 질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