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진 구조를 바꾸는 ‘방송 3법’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방송통신위원회가 본격적인 수싸움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의 임기 종료(8월 12일) 전에 법안을 최종 통과시키려고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방통위는 그전에 현행법에 맞춰 방문진 이사 교체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김홍일 방통위원장을 고발하거나 탄핵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방송 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진을 늘리고 학회와 직능단체 등에 추천권을 주는 것이 골자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전문가들은 ‘방송 3법’이 시행되면 MBC 등의 이사진 구성에 야당의 입김이 세질 것으로 본다. 민주당 관계자는 “방송 3법을 내달 2~4일 본회의나 그 직후에 처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도 대통령 거부권이 예상된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서두르는 이유는 법 개정을 이유로 임박한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변경을 막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이미 공영방송 이사 재구성을 예고한 상태다. KBS는 8월 31일, EBS는 9월 14일 이사진 임기가 만료된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지난 25일 과방위에 출석해 “공영방송 임원의 임기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관련 법령을 준수해서 임원 선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에는 규정돼 있지 않지만, 그동안 전례를 보면 MBC의 경우 7월 초에 방통위의 이사 선임 절차가 시작된다.
야당은 대응책을 논의 중인데, 김 위원장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는 등의 법적 조치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방송 3법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재표결에서 부결되는 상황을 대비해 김 위원장 탄핵 소추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김 위원장 직무가 정지돼 공영방송 이사 교체도 미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자진 사퇴했던 것처럼, 김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