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원희룡 후보가 27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원 후보는 “나는 윤석열 정권을 창출한 공동 창업자”라며 “분열로 정권을 헌납했던 2017년 탄핵 사태 재발만은 막아야 하고 나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원희룡(60) 후보는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나는 윤석열 정권을 창출한 공동 창업자”라며 “중간에 (대통령) 인기가 떨어진다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원 후보는 “내부 분열로 힘도 못 써보고 정권을 헌납했던 2017년 탄핵 사태 재발만은 막아야 한다”며 “배신의 정치, 계산의 정치는 모두를 불행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원 후보 인터뷰는 오전 6시부터 조선일보사 인터뷰룸에서 60여 분간 진행됐다. 원 후보는 인터뷰 후 부산 방문을 위해 곧바로 서울역으로 향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與, 똘똘 뭉치면 국민 지지 받을 것”

-총선 후 잠행하다 출마를 선언했는데.

“선거 때 모든 걸 쏟았다. 회복실에 들어가 있는 사람처럼 지냈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일을 앞두고 지난 대선 경선 때 저를 도왔던 동지들이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집권당이 구심점 없이 탄핵 음모에 휘말리고 분열로 치달을 수 있다. 막을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며 압박했고 결국 결심했다.”

-출마 직전 윤 대통령과 만났다.

“6월 초 대통령 특사로 엘살바도르를 다녀와 보고하는 자리였다. 밥 한 공기에 미역국 놓고 식사하며 국토부 장관 시절 있었던 해외 수주 후일담, 후속 조치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통령께서 윤상현·나경원 후보와 만났고 한동훈 후보가 전화했다는 이야기를 해 듣고 나온 게 전부다. 그 후 전당대회 도전을 결정하고 전화로 연락드렸다. ‘잘해보라’고 하셨다.”

- ‘한동훈표 해병대원 특검법’을 반대하는데.

“여당 의원 절대다수가 ‘선(先)공수처 수사, 후(後)특검’을 주장한다. 사법 영역을 정치화하고 다수 의석을 앞세워서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민주당 폭주에 여당 지도부가 놀아나선 안 된다. 여당이 내부 분열로 전쟁 상태에 들어가서 힘도 못 써보고 정권을 헌납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그게 당원들이 절박하게 느끼는 불안이고, 정치 경험이 풍부한 제가 필요한 이유다.”

-특검법을 재의결하면 부결시킬 수 있을까.

“여당의 108석은 쪼개지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반면 똘똘 뭉치면 192석 야권의 힘자랑이 부각되며 국민들의 지지와 동정을 받을 것이다.”

-한 후보와 함께 현 정부 각료를 지냈는데.

“한 후보는 윤 대통령의 검찰 후배이자 친동생 같은 관계였지 않은가. 저는 대선 경선 때까지 윤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는 경쟁자였다가 윤석열 정부의 공동 창업자가 됐다. 중간에 (대통령) 인기가 떨어진다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배신의 정치, 계산의 정치가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

-한 후보가 ‘배신의 정치’를 한다는 뜻인가.

“한 후보가 그런 인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주변에서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인기가 올라간다. 지금 당대표가 돼 당을 접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부추기는 사람들은 있다고 본다. 차별화와 배신은 종이 한 장 차이다.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김영삼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다 대선에서 실패했고,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비슷한 과정이었다. 우리 당의 인기 유망주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분들과 (한 후보가) 관계를 끊어야 된다.”

-총선 땐 한 후보 등장이 당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하지 않았나.

“한 후보가 (대통령과 갈등을 겪을 때) 핫라인이 있고, 레드팀 역할을 하는 약속 대련인 줄 알았다. 그런데 충돌 이외에 실질적인 의사소통을 하지 않더라. 세 번 찾아가서 안 되면 다섯 번 찾아가서라도 설득해야 된다. (한 후보는) 정치적 수련을 쌓고 나서 당대표든 대통령이든 도전하면 좋겠다.”

-총선 후 한 후보와 식사했는데.

“나는 ‘눈 맞으러 갔을 때(서천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만났을 때를 의미)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고 한 후보는 ‘당이 왜 이래요? 옛날부터 그랬어요?’라고 하는 등 친형제같이,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통했다.”

-수도권 공략 전략이 있나.

“(총선 때 낙선한) 수도권 후보들에게 당 운영의 실권을 많이 넘기겠다. 사람도 당이 키워야 한다. 인재를 발굴한다고 해 놓고 선거 때 외부 명사(名士)를 데려다 단발성 공천을 하고, (당) 주류가 바뀌면 내팽개쳐 버리다 보니 (당의) 힘이 계속 흩어졌다. 당에 전략·정책 본부를 둬서 자유 우파의 범국민적 진지로 삼아 당을 운영해야 한다.”

-당정 관계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대선 캠프 정책본부장과 국토부 장관을 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직언해 왔다. 설사 (대통령이) 호통치는 일이 있어도 끈질기게 대화를 시도하며 문제를 해결한 경험과 신뢰가 있다. 전화 안 받고, 문자(메시지) 무시하고, 대화 시도도 안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민심을 전달할 레드팀에 대통령께서 신뢰하는 분도 포함하는 것을 제안하겠다.”

- “이재명을 처넣어야 한다”는 발언에 민주당이 반발했는데.

“당원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한 말이었다. 지난 2년간 검찰과 법무행정은 뭘 했는지 울분과 답답함을 느낀다. 당대표가 되면 사법(재판) 지연만큼은 최대한 감시해서 막겠다. 사법 지연만 없다면 이재명 대표의 다음 대선 출마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법무행정 책임자가 한 후보였다.

“‘법무장관 한동훈’의 책임으로 검찰 인사와 이재명 관련 수사·재판 지연, 인사 검증 권한을 법무부가 가져가 놓고서 실패했던 것을 꼽겠다. 장관 때 상설 특검을 반대했다가 이제 와 여론을 이유로 특검에 찬성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객관적 자기 평가가 필요하다.”

“총선 후 韓과 식사… 동병상련 느껴”

-거야(巨野)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운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 말씀에 답이 있다. 정부가 잘못한다고 남 탓에 비판만 하면 야당 노릇 하는 것일 뿐이다.”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가 앞서고 있는데.

“한 후보가 총선 때 고생도 많이 했고 젊고 유망한 이미지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특검을 꺼내 들고 당정 갈등을 풀기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으면서 당원들이 판단을 유보하거나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 앞으로 구도가 요동칠 것 같다. 탄핵 트라우마가 있는 당원들이 현명한 결정을 하시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당원들을 위해 제가 출마했다.”

인터뷰가 길어지면서 원 후보는 애초 예약한 부산행 KTX를 놓쳐 다음 열차를 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토부 장관 출신인데 KTX 혜택은 없나.

“없다. 다만 KTX 청소하기 위해 출퇴근하는 분들은 요금 할인을 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못 하게 돼 있더라. 특권은 없애야 하지만 약자 보호는 필요하다.”

☞원희룡

1964년생으로 제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2년 대입학력고사 전국 수석을 했다. 대학 재학 시절 노동운동에 투신했다가 1992년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뒤 1995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2000년 정치에 입문해 3선 의원(서울 양천갑)과 재선 제주지사를 지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경쟁했고, 윤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되자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됐다. 지난 총선 때 인천 계양을에 출마했으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에게 8.7%포인트 득표율 차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