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출판기념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특정 세력의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밝혀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여당은 “왜곡된 발언”이라며 김 전 의장에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야당은 “사실이라면 충격”이라며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27일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 왔는가’를 발간했다. 김 전 의장은 이 책에서 2022년 12월 윤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그해 10월 말 발생한 핼러윈 참사 수습을 위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내가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결정을 못 하겠다.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는 게 김 전 의장 주장이다.

회고록 내용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김 전 의장을 향해 “왜곡된 주장을 사과하라”며 “민주당은 항상 사회적 재난을 정쟁화하는 모습을 반복해왔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대통령과 나눴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 및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그때 직언하지 못했나”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쓴) ‘타지마할 자서전’에 이은 또 하나의 자서전 촌극이자 제2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라고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홍근 의원은 이날 “나도 김 전 의장으로부터 전해들었고, 메모장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이태원은 먹거리나 술집도 별로 없는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좌파 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 등을 김 전 의장에게 말했다”고 했다. 민주당 박찬대 현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가 떠드는 ‘아무 말 음모론’을 사실로 굳게 믿고 국정 운영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