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가 초반부터 후보 간 인신공격성 공방이 벌어지는 등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는 지난 주말 ‘배신의 정치’ 공방을 벌인 데 이어 1일엔 ‘잠재적 학폭(學暴) 가해자’ ‘듣보잡(듣도 보도 못 한 잡놈) 사천(私薦)’ ‘민주당 대표나 할 소리’ 같은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도 소환됐다. 국민의힘에선 “당대표 후보들이 비전 경쟁은 하지 않고 네거티브 공방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동훈 후보 출마를 ‘배신의 정치’라며 집중 공격해 온 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이날도 공세를 이어갔다. 원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듣보잡 공천’ ‘뻐꾸기 공천’을 하지 않겠다”며 “매우 이례적인 비례대표 연임, 징계 전력자 비례대표 공천 등 지난 총선에서 있었던 ‘듣보잡 사천’에 대한 조사와 책임자 규명 또한 필요하다”고 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지난 4·10 총선을 지휘한 한 후보가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사적 인연이 있거나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사천’했다는 주장이다. 윤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수정 발의를 제안한 한 후보를 겨냥해 “민주당 대표나 할 소리를 하고 있다”고 한 데 이어, 소셜미디어에선 “왜 윤 대통령과 절연하게 됐는지 알 것 같다. 자기애가 너무 강한 듯하다”고 했다.
한동훈 후보도 공격에 나섰다. 한 후보는 CBS라디오에서 나경원 후보를 겨냥해 “그때(작년 3·8 당대표 경선 때)는 일종의 학폭 피해자였는데 지금은 학폭 가해자 쪽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나 후보 등 다른 후보들이 자신에게 ‘배신의 정치’ 공세를 퍼붓는 것을 ‘공포 마케팅’이라고 반박하면서 역공한 것이다. 한 후보는 그러면서 “제가 알기로는 원희룡 후보를 비롯해서 많은 분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고 했다. ‘배신의 정치’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원 후보에게 해당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불러내고 하늘이 만들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우리 정치가 하늘까지 나와야 하느냐”며 “그건 국민들이 보기에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쪽은 윤심 팔이를 하고 있고, 한쪽은 또 하나의 줄서기를 만들고 있다”며 원희룡·한동훈 후보를 동시에 공격했다. ‘윤심 팔이’는 친윤 그룹 일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원 후보, ‘또 하나의 줄서기’는 현역 의원 보좌진을 캠프에 파견받은 한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후보는 그러면서 “저는 양쪽의 잠재적 학폭 가해자들로부터 학폭 추방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원·한 후보를 ‘잠재적 학폭 가해자’에 비유한 것이다.
당대표 후보 간 공방이 거칠어지자 국민의힘 이용구 윤리위원장은 이날 “개인적으로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상호 비판은 할 수 있어도 비방은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후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전 의원은 “당대표 후보 중 총선에서 왜 참패했는지를 깨닫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안 보인다”며 “이런 식으로 해선 누가 대표가 되든 당이 정상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제발 좀 비전과 품격의 당대표가 탄생했으면 좋겠다”며 “상대방이 품격을 잃어버릴수록 더 품격이 중요한 덕목이 된다”고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한 후보를 겨냥해 “지난 총선을 이끌었던 입장에서 자숙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그런 분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날 “우리 당이 선거에서 패한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공천 문제가 있었다”며 “(한 후보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일부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도 한 후보를 비판하면서 그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