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가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1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게 보냈지만 한 후보가 답장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5일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들은 한 후보가 디올 백 문제 해결 기회를 놓쳐 총선에 악영향을 줬다며 ‘해당(害黨) 행위’라고도 했다. 이 문제는 다음 주 시작하는 당대표 후보 토론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나경원 후보는 “한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다.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라며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원, 국민, 그리고 우리 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이끈 한 후보자가 디올 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이나 김 여사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취지다.
원희룡 후보는 “총선 기간 중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대해 ‘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요구하는 걸 다 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느냐”며 “(윤석열 대통령·김 여사·한 후보) 세 분의 관계를 세상이 다 아는데 절윤(絶尹)이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원 후보는 “영부인이 국민적 의혹 사건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면 당내 검토와 대통령실과 협의를 거쳐 추진했어야 하는데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 책임 있는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영부인과 사적 방식으로 공적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서 그랬다는데,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 전환”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결국에는 신뢰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이런 신뢰 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원·윤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걸면서 ‘총선 패배 책임론’도 함께 제기할 기회로 삼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