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왼쪽부터 윤상현, 원희룡, 나경원, 한동훈)이 8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첫 권역별 합동 연설회가 8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당대표 후보들은 과도한 네거티브 공방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연설에서 직접적인 상호 비난을 자제했다. 하지만 견제성 발언은 계속됐고, 연설을 마친 뒤에는 후보 간에 또다시 거친 공방이 오갔다.

미리 추첨한 순서에 따라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윤상현 후보는 “당규상 이번 4·10 총선에서 호남 당원 여러분께 비례 순번 20위권 안에 5명의 후보를 배정해야 했지만 사실상 지키지 않았다”며 “거짓과 배신을 자행한 정당에 어떤 국민께서 표를 주겠느냐”고 했다. 원희룡 후보는 “아직 팀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하고 팀의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대표를 맡겨서 실험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했다. 윤·원 후보 모두 한동훈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나경원 후보는 “국민의힘이 이렇게 못난 꼴을 보여서야 되겠나. 정신 못 차리고 치고받고 싸우고, 줄 세우고 줄 서고, 이래서 우리가 이재명의 민주당 이길 수 있겠느냐”며 “사사건건 충돌하는 당대표(한동훈)? 눈치 보고 끌려다니는 당대표(원희룡)? 집구석이 온전하겠느냐”고 했다. 한동훈 후보는 “혹시 우리는 전당대회에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 총질을 하고 있지 않으냐”며 “그렇게 당을 망가뜨리면 뭐가 남느냐”고 했다.

네 후보는 연설을 마친 뒤 차례로 연단 근처 별도 공간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했다. 윤·나 후보는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자기가 미숙했다고 한마디로 사과하든지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낫다”고 했고, 나 후보는 “소통 기회를 차단했다는 자체만으로 비대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한 후보는 “제가 사과할 일이 있느냐”며 “오히려 나·원·윤 후보가 그때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뜻을 어떤 식으로든 간에 얘기한 분들이 아니지 않은가. 적반하장인 것 같다”고 했다. 한 후보는 “나는 당시 사과가 필요하다는 뜻을 (대통령실에) 전달했고, 그에 따라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월 말 한 후보의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전날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 가족, 인척과 공천을 논의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 “마치 ‘청담동 룸살롱’ 논란을 제기한 첼리스트와 똑같은 것”이라며 “아예 그런 사실이 없다. 있으면 즉시 후보를 사퇴한다”고 했다. 한 후보에 대해 집중적인 공세를 펴온 원 후보는 이날 “선관위에서 새로운 공방이 될 수 있는 건 당분간 자제하라고 해서 그 방침을 따르겠다”며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