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채 상병) 순직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7일 알려졌다. 그동안 제기된 임 전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경북경찰청은 8일 이 사건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해병대 수사단이 과실 치사 혐의를 성급하게 적용한 것이 법리상 무리였다는 점이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입맛에 맞춘 결정”이라며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북경찰청은 8일 임 전 사단장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임 전 사단장 불송치는) 그동안 관련자들의 진술, 압수물 분석 결과, 전문가들에 자문한 사항, 수사심의위원회의 최종 결과 등을 종합해 법리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관련 피의자 9명 가운데 6명은 검찰에 송치하되, 임 전 사단장과 하급 간부 2명 등 3명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일 법대 교수, 변호사 등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북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도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사심의위원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토론을 거쳐 우리 나름대로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심의 결과에 국민이 수긍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수긍 안 하려고 하면, 뭐라 그래도 수긍을 안 할 것이고, 수긍할 자세가 안 되어 있는 사람도 있어 보인다. 각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 전했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현장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후 박정훈 대령을 단장으로 하는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원인을 밝히는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당시 이 장관은 경찰에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수사단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서류를 경찰에서 회수하고 박 대령을 항명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해병대 대대장 2명의 범죄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경찰에 재이첩했다. 이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제외되면서 이른바 ‘수사 외압’ 논란이 본격화했다.
경찰이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하면 이 사건을 경찰에 최초 이첩하면서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수사단의 결론이 뒤집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이날 본지에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서 임 전 사단장의 위법한 명령이 있었는지 등 객관적인 사실 관계와 법리를 따져보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경찰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오류를 바로잡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주 의원은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 10여 일 만에 사건 당시 해병대원 2명을 물에 뛰어들어 구조한 중사까지 ‘과실 치사’ 혐의로 입건하는 등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반면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부대원을 죽음에 내몬 사단장을 처벌하지 않겠다니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입맛에 맞춘 결과라는 점에서 뻔히 예상했던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 대변인은 “경찰 수사는 특검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길은 특검밖에 없다”고 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임 전 사단장이 무혐의라면 윤 대통령은 약속대로 특검을 수용하라”고 했다. 그는 “경북경찰청이 8일 수사 결과 발표에 앞서 영상이나 사진 촬영, 녹음이 일절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며 “1년 동안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수사 결과를 떳떳하게 발표도 못 하느냐. 당장 공개 브리핑으로 전환하고 결과에도 책임을 지라”고 했다.
☞경찰 수사심의위원회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청 본청과 전국 시·도 경찰청 18곳에 설치하는 위원회. 로스쿨 교수, 변호사 등 경찰 외부의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한다. 경찰이 수사 정책을 세울 때 자문하고 중요 사건을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2021년 처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