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왼쪽부터) 후보가 9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장련성 기자

9일 TV조선 주최로 열린 7·23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후보자 첫 방송 토론회에서 네 명의 후보들은 김건희 여사의 사과 문자 메시지 논란, 총선 패배 책임, 당정 관계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최근 김 여사 문자 논란과 관련해 한동훈 후보를 집중 비판해 온 원희룡 후보는 이날 관련 공격을 자제하며 정책 질문에 치중했다. 그러자 한 후보가 원 후보를 몰아붙이며 반격에 나선 모습이 연출됐다. 한 후보는 문자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님 입장은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 없다고 했다”면서 “제가 이걸(당시 사정을) 다 공개했을 때 정부와 대통령실이 위험해진다”고도 했다.

원 후보는 이날 상대 후보를 골라 질문하는 주도권 토론이 시작되자 “그간 다투는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 제 책임”이라며 “비전 경쟁을 해달라는 당 선거관리위원회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 저부터 정책 비전과 리더십 경쟁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원 후보는 그러면서 한 후보에게 고물가 등 민생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물었다. 한 후보는 “물가 안정 기금 1400억원을 투입했지만 부족했다”며 “고금리를 먼저 잡고 민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1번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이어 주도권 토론에 나선 한 후보는 원 후보에게 “네거티브나 인신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한 가지 정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한 후보는 최근 원 후보가 ‘한 후보가 가까운 인척과 비례대표 공천 논의를 했다’고 주장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한 후보는 “(내가 공천을 논의했다는 가족이) 어떤 가족이고 어떤 공천 개입이라는 것인지 말해 달라”고 했다.

원 후보는 “선관위에서 제발 다툼을 중단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언급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먼저 거짓말을 했지 않나. 근거가 없다면 여기서 사과를 하라”고 몰아붙였다. 원 후보는 거듭 “할 말이 없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정도 하자”고 했다. 이에 한 후보는 “이 정도면 명예훼손이다. 이게 구태정치”라고 했고, 원 후보는 “더 이상 언급을 안 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제주지사 시절 “중국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제주의 꿈이 중국의 꿈이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저는 비판적”이라고 했다. 그러자 원 후보는 “한 후보가 너무 (인터넷) 커뮤니티를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제주도에 중국 자본의 무분별한 투자를 전면 금지해 제주를 지켜냈다”고 했다.

한 후보는 나경원 후보에게 “총선 때 공동선대위원장이었기에 희생적으로 지원 유세를 더 해주셨어야 했다”고 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정말 책임을 뒤집어씌우신다”며 “저는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이 왔을 때 지역 지키는 것만도 너무 어렵다고 했고, 할 여력이 없었다. 총선이 얼마나 어려웠나”라고 했다. 한 후보가 “본인 선거만 뛰신 것 아니냐”고 하자 나 후보는 “저도 (서울) 강남에 공천을 줬다면 한 후보보다 지원 유세를 더 많이 했을 것”이라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 감독도 경질 이후 10년 만에 다시 감독으로 복귀했다”며 자기가 지휘한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한 지 70여 일 만에 다시 당대표 후보로 나온 한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홍 감독이 (나처럼) 100일만 감독을 했느냐”며 “당을 새롭게 바꾸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네 명의 후보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달라는 주문도 받았다. 이에 윤 후보는 “민심의 따가운 목소리를 계속 전하겠다”고 했다. 원 후보는 “영부인께서 당 지도부와 불편한 관계 때문에 불통이 되는 일 없게끔 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대통령님과 저는 윤석열 정부 성공과 보수 정권 재창출에서 완전히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나 후보는 “연판장 사태 이후 섭섭함이 많았지만 제 진심을 알아주실 것으로 안다. 윤 정부의 성공을 통해서 재집권하겠다”고 했다.

이날 후보들은 ‘2027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전 대표가 될 것 같으냐’는 ‘OX 질문’을 받고 모두 ‘X’라고 답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원·윤 후보는 “그렇다”고 답했고, 나·한 후보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나 후보는 “차별화 실패 사례가 많다”고 했고, 한 후보는 “차별화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