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 후보들은 10일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면서 “내가 민주당과 가장 잘 싸울 적임자”라고 했다. 하지만 연설 직후 원희룡 후보가 한동훈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과 ‘비례대표 사천(私薦)’ 의혹 등을 집중 거론하고, 이에 한 후보가 반박하는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두 번째 권역별 합동연설회에는 2600여 명(국민의힘 추산)이 참석했고, 객석에서는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사전 추첨 순서에 따라 먼저 연단에 오른 원희룡 후보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화물연대, 건설노조와 싸운 원희룡, 이제 당대표로서 민주당과 싸우겠다”며 “특검·탄핵 정면 돌파하겠다”고 했다. 원 후보는 ‘제삼자 추천 해병대원 특검법’ 발의를 제안한 한 후보를 겨냥해 “당정이 갈라지면 정말 우리 다 죽는다”며 “해병대원 특검은 함께 뭉쳐 싸워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후보는 “저는 문재인 정권의 부당한 탄압에 용기 있게 맞섰고,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180석 거대 야당과 싸웠다”며 “당대표가 되면 지금보다 더 앞장서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지난 총선과 관련해 ‘한 후보 가족 공천 개입설’을 제기한 원 후보를 향해서는 “네거티브 안 하겠다고 한 다음에 하루 만에 신나게 마타도어 하는 것은 구태 정치”라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저도 과거, 권력이라는 술에 취해 바른 길로 가지 못했음을 고백한다”며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처절하게 반성했고, 언제나 이겨서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울수록, 힘들수록 강해지는 것이 저 윤상현”이라며 “이기는 정당은 이기는 선거를 해 본 사람이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나경원 후보는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추진을 거론하며 “말솜씨, 이미지 정치로 이겨 낼 수 없다. 국정 농단, 특검 등 그들의 덫에 걸려드는 초보 정치로도 이겨낼 수 없다”며 “노련한 정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 후보는 “저는 패스트트랙 투쟁을 진두지휘했고, 치밀한 작전으로 조국 장관을 끌어내렸다”고 했다.
원 후보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과 관련해 “(한 후보가) 혹시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 한 것 아닌지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원 후보는 이날 오전에는 “지난 총선 비례대표 공천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실 쪽은 다 배제된 상태로 한 후보를 비롯한 5명 내외가 폐쇄적으로 논의했다”며 “조사해보니 시계 침이 두 방향을 가리켰다. 공천 심사 권한이 전혀 없는 한동훈 주변 인물과 검찰 출신 측근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제 가족이 공천에 개입했다고 말한 뒤 계속 도망만 다니고 있다”며 “이렇게 오물을 끼얹고 도망가는 방식이 원 후보가 말하는 자랑스러운 정치 경험이냐. 허위사실 유포는 심각한 범죄”라고 했다. 한 후보는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에 대해서는 “전당대회에서 저를 막기 위해서 이렇게 조직적으로 내밀한 문자를 공개하는 게 대단한 구태 정치”라고 했다.
나 후보는 “한·원 후보 간 싸움이 너무 거칠고 구태의 전형을 다 보이고 있다”며 “양쪽 모두 중단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총선 패배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 없으니 김 여사 문자, 비례대표 사천 논란 등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며 “총선 백서를 발간하는 게 논란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