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원희룡·한동훈·윤상현(왼쪽부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4인이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단상에 서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가 폭로·비방전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해(自害)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지만 후보들은 11일에도 “거짓말부터 배운 초보 정치인” “노상 방뇨하듯 오물을 뿌린다”며 서로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이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곧바로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한 국민연금 개혁 등 정책 이슈는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희룡·한동훈 후보 캠프는 이날 하루 7건의 입장문을 냈다. 6건이 상대 후보를 겨냥했다. 원 후보가 공격하고 한 후보가 반박하는 식이었지만 당내에선 “내전(內戰)이 무색할 정도로 상호 비방이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열린 두 번째 TV 토론에서 원 후보는 지난 총선 때 한 후보가 비례대표를 사천(私薦)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한 후보가 근거를 밝히라고 하자 원 후보는 “(관련자들이) 입맞출 것 아니냐? 이재명처럼 증거 조작할 거냐”고 했다. 한 후보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보다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당대표 후보들의 상호 비방전이 격화하자 국민의힘에선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지율이 오르는 ‘컨벤션 효과’는 고사하고 당의 결속과 이미지만 깎아먹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당원들에게 부끄럽다”고 했다. 정치 평론을 하는 윤태곤씨는 “대통령 부인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공방 소재가 되고 여당 대표 후보들이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두고 논쟁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연금 개혁 등 정책 이슈도 후보 간 난타전에 묻혔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종료 직전 보험료율(내는 돈) 13%를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 개편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졸속 처리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국정 과제”라며 22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내 연금특위가 구성돼 있긴 하지만 여당 핵심 관계자는 “본격적인 논의는 9월 정기국회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열린 합동 연설회 등에서 연금 개혁을 언급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도 없다.